‘예슬이·혜진이 사건’으로 한동안 전국이 떠들썩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아동 대상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과 정부는 각종 치안 강화 대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그동안 잊혀졌던 실종아동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하고, ‘예슬이·혜진이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요란’을 떨며 ‘미봉책’을 내놓는 것보다는 근본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 마음 놓고 거리에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안전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슬이·혜진이 사건과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 이후 초등학교와 학원가 앞에는 등하교 시간마다 학부모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는 치안상태를 신뢰할 수 없는 학부모들의 필사적인 자구책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초등학생들 등·하교 시간이면 경찰 순찰차가 정·후문에 배치돼 경찰관이 학생들의 등·하교 길을 지켜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또 초등학교 주변 상가에 ‘아동 안전지킴이 집’이 지정·운영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동 안전지킴이 집의 경우 주민과 경찰이 위급한 아동을 보호하는 제도다.
호주와 미국은 각각 1997년과 1982년부터 캐나다는 1986년부터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실종·유괴 아동의 신속한 구조와 범인 검거를 위해 4월부터 방송과 이동통신, 인터넷업체 등 18개 기관의 인프라 망을 활용해 공개 수배하는 ‘앰버 경보시스템’도 선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러한 작은 일들을 진작에 시작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뒤늦게라도 이러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다행이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안전망 구축에는 경찰을 비롯한 정부·자치단체·주민·학교·학부모 등 너 나 할 것이 모두 동참해야 한다.
경찰의 예방 기능 강화에다 사회 전체 구성원이 힘을 합하고, 모래알 같은 도시공동체를 끈끈한 커뮤니티 사회로 만든다면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 범죄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또한, 아동 유괴와 성폭행 사건의 경우 대부분 주택가와 놀이터·공원 등에서 유인 발생함에 따라 이곳에 대한 CCTV 설치도 확대해야 한다.
맞벌이 및 핵가족화 등으로 보호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아동들이 위험에 노출, 강력범죄에 희생양이 되는 일이 앞으로 없길 바라면서 사회안전망 구축에 정부와 경찰·자치단체·시민단체 모두가 나서주길 바란다.

/류재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