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대한 처벌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누리꾼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촛불문화제 중 미신고 집회 등에 대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적용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옥외 집회 및 시위에 대해서 사전신고를 의무화하고, 관할 경찰서장이 금지를 통고할 수 있으며, 미신고 집회 및 금지통고 집회 참여자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집시법은 위헌이라는 의견이 유력하다. 헌법 제21조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를 금지하고 있는데, 현행 집회신고제는 실질적으로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어 이 규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전통적인 비판 논거 중 하나가 ‘악법도 법이다(dura lex, sed lex)’는 금언이다.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되어 있던 소크라테스는 친구 크리톤으로부터 탈옥을 권유받았지만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과 함께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는 일화가 이 금언의 근거이다.
그러나 플라톤·크세네폰 등 소크라테스의 언행을 기록한 당대 저술가들의 문헌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학자들은,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악법의 희생자도 아니며, 악법을 지키려고 죽은 자도 아니라고 한다.(권창은·강정인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 출판부)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포기하면 석방시켜 주겠다는 법정의 조건부 석방 제안을 거부하며 국가가 자신에게 철학을 포기하라고 명령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은 “오로지 신께 복종할 것”이라면서 재판에 저항했다고 한다. 또한 “나는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부정의한 일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며, 복종하기보다는 차라리 죽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요컨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독배를 마셨다는 소크라테스 일화는 권위주의 시대의 악법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이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Antigone)는 부정의한 실정법에 위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연법적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정당함을 가르치는 신화로 유명하다.
테베의 왕위에 오른 삼촌 크레온이 오빠 폴리네이스케스를 반역죄로 사형시킨 다음 그 시체를 들에 내다버려 짐승의 밥이 되게 했고, 이를 거역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고 명령했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왕의 명령을 거역하고 오빠의 시체를 몰래 매장했다가 지하감옥에 갇히자 자살하였다.
왕의 명령과 안티고네를 수감한 행위가 잘못인가? 실정법에 해당하는 왕의 명령을 어긴 안티고네의 행위가 잘못인가?
법이라는 존재형식 자체는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그 내용 역시 정의에 합치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 11월7일 소크라테스 일화가 준법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사례로 중학 사회교과서에 소개된 것은, 준법이란 정당한 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은 국민을 불안과 분노에 빠뜨리고 있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사태에 직면하여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집시법을 들이대고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준법행동을 강조하기에 앞서 집시법의 위헌성부터 제거해야 한다. ‘악법도 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