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일본에서는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판결이 한 건 선고되었다.
히로시마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른바 ‘모자(母子) 살인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장은 “사형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원심의 무기징역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지난 1999년 당시 만 18세를 갓 넘은 피고인은 한 주택에 침입해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가 피해자가 반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성욕을 채웠다.
옆에서 울고 있던 11개월 된 피해자의 아들까지 수차례 바닥에 내리친 뒤 목을 졸라 살해하고 돈을 훔쳐 달아났다가 나흘 뒤 체포됐다.
극단적인 반인륜적 흉악범죄였지만, 2000년 1심과 2002년 2심에서 각각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이유는 ‘범행 당시 피고인이 미성년자였다’는 것.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6년 위 사건 상고심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며 사건을 원심으로 되돌려 보냈다.
히로시마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례적으로 무려 20여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을 구성해 재판에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나이 어린 피고인의 방어권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심은 이 사건을 통해 일본에서 사형제도 폐지론자의 입김을 강화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수포로 돌아갔고, 오히려 흉악범은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사형에 처함이 마땅하다는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하고 말았다.
일본 정부 역시 지난 5개월 동안 10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위와 같은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10년이 넘도록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형수가 구치소에서 자연사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다른 국가들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우리나라를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가로 간주하고 있다고도 한다.
과연 우리나라가 사형제도 폐지국가일까? 현행법상 사형제도는 엄연히 존재한다. 그간 사형 집행만 없었을 뿐 사형판결은 선고되어 왔다.
따라서, 법적으론 우리나라는 사형제도 존치국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형제도 존치국가에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옳은 일일까?
나아가, 우리나라에 계속해 사형제도를 존치하는 것은 타당한 일일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 지면을 빌어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뜨거운 감자이다. 먹기도 어렵고 버리기도 아까운 상황이다.
그러나 매사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입만 데고 감자도 못 먹는 상황이 오기 전에 삼킬지 버릴지 결정함이 옳지 않을까 싶다.
김재하〈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