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 인터넷 등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단어는 ‘촛불’이다. ‘초에 붙은 불’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촛불’이란 단어의 가장 소박한 이미지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소망, 희망을 기원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는 마음 속에 소망이나 희망을 담은 촛불을 항상 간직하며 살고 있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개인적’인 삶에 가장 크게 타오르는 마음 속의 촛불은 하나님에 대한 섬김과 가족의 건강과 평안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촛불이 스러져버린다면 삶의 의미가 반감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나의 ‘직업적’인 삶에 가장 크게 타오르는 촛불은 ‘권선징악’과 ‘억울한 피해자의 눈물과 고통을 싸매주고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자 하는 소망’이다.
검사가 실체적 진실을 모두 밝힐 수 있으면 좋겠지만 수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 듯하다. 특히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진술이 상반되고 그 외 다른 증거가 전혀 없는 경우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검사는 고뇌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내가 재판에 관여했던 형사사건 중 하나를 소개한다. 그 사안을 요약하면 ‘회사 동료가 술을 마시던 중 선배가 후배 여자친구를 험담한 것이 시비가 되어 후배가 선배를 때렸다. 사건 현장에 경찰관이 오자 화가 난 선배는 후배가 술집까지 음주운전한 사실을 말했고, 후배는 선배도 음주운전하였다고 말했다. 물론 선배는 운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수사검사는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어 심리생리검사(속칭 ‘거짓말탐지기’)를 한 결과 후배의 말은 진실, 선배의 말은 거짓으로 나오자 두 사람 모두 음주운전으로 기소했다. 선배는 수개월간 형사재판에 출석해 억울함을 호소했고, 후배는 법정에서 선배가 여자친구를 험담하고 경찰관에게 음주운전한 사실을 고자질한 것에 화가 나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고 사실은 선배가 운전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함으로써 선배는 음주운전 혐의를 벗어나게 되었다.’
만약 후배가 계속하여 거짓 진술을 유지하였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후배의 거짓 진술로 인해 범죄 혐의를 받게 된 선배가 수개월간 수사기관의 조사 및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겪게 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수사기관에만 있는 것일까?
형사 절차에 있어서 참고인에 대한 수사는 이후 기소 및 공판절차에 있어서의 증거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는 참고인의 출석과 진술 자체가 그의 임의에 맡겨져 있으며 이들에게 진술을 강제하거나 진술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기관에 출석한 참고인은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으려고 할 뿐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하다면 서슴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처벌할만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다. 허위진술 죄 등을 신설하는 문제에 대하여 논의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입법화되지 못하여 매우 아쉽다.
그래서 소망해 본다. 수사기관에서의 거짓말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있었으면 하는 내 마음속의 촛불이 나만의 촛불이 아닌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켜진 촛불이기를 ….


/김평호 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