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구호를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의약분업 이전 서로 전문분야를 지키고 약물의 과잉사용 억제와 환자의 보건권을 지켜내기 위해 의사와 약사 그리고 시민단체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피어나 당시 격언이 된 문구이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짓는 것은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상화됐다.
그러나 위 문구만큼이나 중요한 격언은 ‘법률상담은 변호사에게’라는 것이다.
내 직업이 변호사이기 때문에 나를 격상시키거나 직업적 홍보를 하기 위함은 절대 아니다.
병원을 찾는 개개인들은 단순한 감기에서부터 중병으로 인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까지 천차만별이다. 또한, 통상적으로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은 이혼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넘어서 자기의 전 재산이 걸려 있거나 사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 나아가 인신구속에 관여된 형사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몸이 아프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담당의사에게 자기의 환부를 드러내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 뒤 그에 적합한 처방을 받고, 그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전 재산이 걸려있거나 어쩌면 이혼을 당해 가족을 잃어야 할지도 모르거나 인신구속을 당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이들은 누굴 찾아 상담을 하고 있는가?
환자들은 절대 간호사에게 상담을 받지 않는다. 단지 안내만 받을 뿐이다. 환자들은 약사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단지 처방전에 따라 약을 받을 뿐이다. 법률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변호사를 접견하라는 것이다. 바쁘기 때문에 변호사를 만날 수 없다는 말은 옛말이다. 최초 사건수임단계에서 반드시 변호사를 만나 사건관계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조언을 받아야 한다. 만약 변호사가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한다면 그곳은 믿을 수 없는 곳이다.
부득이 수임단계에서 변호사를 만나지 못했다면 사건 진행도중이라도 반드시 만나야 한다.
또한, 반드시 승소해야 하는 사건임에도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곳에 의뢰를 해 개인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훌륭한 분들도(?) 있겠지만 지금은 서면심리가 아닌 법정에서의 구술변론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충분한 상담과 조력을 받았더라면 승소할 수 있었던 사안들을 누더기(?)로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 분들도 있다. 결과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기업 간의 소송에서는 계약서가 중요함에도 최초 잘못 작성된 계약서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몇 푼 아끼려다 전 재산을 날린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사전에 전문가와 상담하고 계약서 작성시 관여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젠 건강뿐만 아니라 힘들게 벌어들인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진료는 의사에게, 법률상담은 변호사에게”라는 문구를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박창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