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많은 사람은 자신이 옳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겠다고 합니다.
물론 진실을 밝혀야 하는 사건도 있겠지요. 하지만, 비슷한 사건을 많이 다루어 본 판사들로서는 판결만을 위한 심리보다 당사자가 얻고 싶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조정을 시도해보곤 합니다. 그것은 돈 일 수도 있고, 상대방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것일 수도 있으며,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법적 논리는 당사자의 설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당사자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다른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지요. 이런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은 판결에 의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고, 그 분쟁해결의 방법과 내용도 판결과는 많이 다르게 됩니다.
법률에 정해진 증거에 기초해 사실을 인정하다 보면, 어떠한 사건은 ‘진실’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법관에 의해 최종적으로 ‘진실’이라고 선언되는 것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일수록 사건당사자는 ‘판사가 왜 진실을 몰라주나?’ 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한쪽 당사자의 말에만 의존해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노릇이므로, 이러한 사건일수록 법관은 더더욱 조정이 필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럴수록 조정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가만히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고 상대방이 말하는 의도를 생각해보면, 다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줄지 않을까요?
전체 국민 간의 반목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산출하여 보면 어마어마한 돈이 될 터인데, 그 돈을 우리 사회에 골고루 분배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고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따져 보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조정을 하는 것도 나라 전체로 보면 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송을 제기하기 이전에 당사자들이 합의해서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분쟁해결이라고 생각됩니다.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국민 서로 간에 신뢰가 있어 분쟁이 적은 것이고, 두 번째는 분쟁이 생기더라도 합의에 의해 빨리 해결되는 것입니다.
지난 50년을 볼 때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합니다. 그러한 잠재력과 열정을 가진 국민이 화합하기만 한다면 지금까지처럼 세계로 계속 뻗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뜨거운 여름, 숱한 이슈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을 자신의 생각과 같도록 설득하려고만 하는 마음을 갖기 전에 자신이 양보하고 상대방도 양보해 쌍방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정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보는 것, 그것 자체가 우리나라 전체의 비용을 줄이는 일이 되고 조금이나마 행복한 나라가 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요?
/이정엽 광주지방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