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푹푹 찌는 더위로 인해 밤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 소식을 접하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버릴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유도의 최민호, 수영의 박태환, 양궁의 남·녀 삼총사 등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할 때마다 온 국민은 모두 자신이 금메달을 딴 것처럼 즐거운 함성을 질렀고, 나도 오랜만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잊고 지냈던 애국심과 자긍심이 가슴 속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도 계속 선전해 어렵고 힘들지만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많이 갖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승자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내 축하해 주는 것 못지않게 4년 동안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숱한 땀방울을 흘린 노력에도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그동안의 노고에 대하여 존경의 마음과 함께 ‘괜찮아!’라고 격려해 줌으로써 그들이 아픔, 좌절, 쓸쓸함을 딛고 와신상담하여 다시 굳건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리더스 다이제스트’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학생들이 그 이유를 궁금해 하자 그 책에는 남을 미워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이 전혀 없고, 고난과 역경에 처한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아름다운 내용의 글들만이 쓰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때 당시에는 그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선생님이 왜 그 책을 좋아하셨던 것인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사를 하면서 가끔 아쉽게 느끼는 점은 사건 관계인들이 자신의 입장에서만 남을 바라보며 비난할 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상대방의 입장에 대하여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가 병원에 입원 중인 자신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엄벌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가해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피해자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지만 합의할 돈도 없으면서 피해자를 찾아갔다가는 오히려 욕만 더 먹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찾아가지 못하였다고 한다. 만약 상대방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였다면 미움의 마음은 사라지고 이해와 동정의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거나 실패의 아픔을 겪었더라도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잠재해 있었던 한국인으로서의 정신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또한, 규칙을 준수하면서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여 승자에게는 진정한 축하를, 패자에게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주는 따뜻한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확산하여 우리 사회의 범죄가 줄어드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염원해 본다.


/이광민 광주지방검찰청 공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