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창시절을 지내면서 친구와 다퉈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투고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는 사람과 그리 좋지만은 않은 추억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다툰 후 두 사람간의 화해 여부와 관련이 있다.
나의 경우 친구와 다툰 후 선생님 또는 같은 또래 친구들의 권유로 화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화해를 제의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어린 마음에 머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일단 화해를 하고 나면 마치 다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서로 웃고 지냈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화해는 분쟁과 마음의 분노를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현재 검찰에서는 당사자 간의 화해를 도와주기 위하여 화해중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유럽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가해자 조정 프로그램과 그 취지를 같이하고 있다.
주로 사기·횡령 등 재산범죄와 명예훼손, 모욕 등 개인적 분쟁에 대한 고소사건 등이 그 대상인데, 이는 형벌을 통한 응징보다는 당사자 간의 화해를 통해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다.
예전에 폭행으로 입건된 피의자에게 “합의를 하는 경우 처벌이 되지 않으니 합의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설명을 해 주자 피의자는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그 다음날 바로 합의를 해 당사자 간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한 적이 있다.
또한, 재산범죄의 경우 사건의 궁극적 해결점은 피의자의 처벌보다는 피해자의 경제적 손해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점 때문에 화해 조정절차를 거치는 경우 대부분의 피의자는 자신의 처벌을 감경받거나 면하기 위해서라도 피해자와 합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 화해 조정 성립에 이르게 된다. 결국 당사자 모두 만족을 보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광주지방검찰청에서 2007년도에 152건의 화해중재 회부사건 중 77건에 대하여 화해조정이 성립되었다. 이는 처벌보다는 화해의 기회를 한 번 더 줌으로써 당사자들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는데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화해의 과정을 통해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마음의 무거운 짐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을 때린 친구가 선생님께 꾸중듣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친구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악수를 청할 때 비로소 진심으로 화해하고 전처럼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천리까지 향을 낸다는 천리향처럼 우리 사회에도 화해의 향기가 널리 퍼져 사회 갈등·분쟁이 눈 녹듯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박상수 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