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민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필자와 같은 변호사들에게 바라는 글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변호사들이 너무 사익에 치우치지 말고, 법률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없는 힘없는 서민들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들입니다. 이러한 바람들에 대하여 변호사의 한 명으로서 그렇지 못한 자신을 보면서 항상 부끄러움과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사법연수원 시절 공무원 신분을 보장받으면서 받았던 월급이나 제공받았던 막대한 양의 자료, 훌륭한 시설 등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법 감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으며 많은 물질적인 유혹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법조 주변의 상황을 보면 변호사로서의 공공성을 담보하려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해칠 수 있는 제도적인 변화가 자꾸 벌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의사, 변호사 등 전문 자격사를 일반인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 자격사’ 제도를 변경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취지는 일반인의 자본이 전문 자격사 시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위 시장의 폐쇄적인 행태를 바로잡고 앞으로의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가 서비스 제공과 영업을 동시에 다 잘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문제의식에서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것입니다.
변호사 등 전문직 영역이 폐쇄적인지, 그리고 이에 따른 문제가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결국 이러한 제도변경을 실행할 것인지의 판단기준은 이를 시행함으로써 일반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를 가장 우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보았듯이 국민이 전문가 집단에 가장 바라는 것이 공공성을 확보해 달라는 것임에도 본질적으로 사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자본을 이러한 영역에까지 무분별하게 유입시킨다는 것은 그 결과에 대하여 전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행동일 것입니다.
우스갯말로 영업을 못하는 변호사나 의사를 도와주기 위하여 이러한 제도변경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그동안 뿌리 뽑아야 할 문제로 거론되어왔던 법조계의 폐해인 법조 브로커들을 공식적으로 양성화하고 합법화하겠다는 취지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법률과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역입니다.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자는 무책임한 발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도변경에 따른 전문가집단의 문제제기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집단 이기주의로만 몰고 가지 말고 왜 반대하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결국 실행한다 하더라도 어떠한 보호 장치가 필요한지 등에서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제도만 바뀐다고 선진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는 평범한 사실입니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변호사 윤리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법률회사 ‘로펌’의 소유에 대해선 비법조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강성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