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이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법칙을 말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실무상 진술증거에 대해 이 법칙을 인정,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실물증거에 대해서는 이 법칙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올해 1월부터 이 법칙이 시행됨에 따라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법수집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은 1960년대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례로 확립되었는데, 그 이론적 근거는 ‘수사기관의 위법행위 억지(抑止)’에 두고 있다. 즉 법원이 위법수집증거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면 그만큼 수사기관은 적법절차를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칙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수사기관이 사소한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유죄 입증의 결정적 증거를 배척하고 죄를 범한 것이 명백한 범죄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다면 이는 정의(正義) 관념에 현저히 반하여 사법시스템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수사기관이 살인사건 수사시 영장에 의해 피해자의 혈액과 피의자의 지문이 묻어 있는 칼을 압수하면서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압수목록을 소유자 등에게 교부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 이 법칙을 엄격히 적용해 이 같은 압수절차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이므로 이를 사용할 수 없고 다른 증거가 없어 무죄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 이는 사법정의 실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미국은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법칙을 적용함에 있어 여러 가지 예외를 인정해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 있다.
이 법칙은 1980년대 이후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국가로 전파되었다.
필자는 캐나다의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있었는데, 캐나다는 이 법칙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들였지만 그대로 모방한 것이 아니라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게 적절히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즉 어떤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위법행위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이 명문으로 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안에서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법칙이 우리나라에 올바르게 정착되어 진정으로 국민의 인권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성훈〈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