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년째 형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가끔 국민이 바라는 이상적인 형사재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고민해 본다.
자유롭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신속하게 이뤄지는 재판, 유죄인 피고인에 대해 그에 합당한 형벌이 가해지고 억울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그 무고함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는 재판이 이상적인 재판에 걸맞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형사재판을 해보면 현실적인 장애가 많아 이상적인 재판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좋은 재판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건마다 적절하게 재판할 시간이 허용돼야 하고, 특히 법정에서 판사와 재판 관련자가 대면하는 시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 받지 못한다.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재판을 진행하는 법정의 수에 비해 재판해야 할 사건의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재판 시간의 확보는 근본적으로 재판해야 할 사건 수의 감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은 재판 당사자는 재판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풍토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한다. 충실한 재판이 이루어졌음에도,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 상고를 하고, 나아가 재판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증인 또는 피해자를 위증죄나 무고죄 등으로 고소하는 등 재판을 끊임없이 계속하며, 확대 재생산하는 실태는 개선돼야 한다.
재판시간의 확보는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입법자는 공소범죄의 종류, 법정형, 피고인의 태도 등에 따라 신속하게 또는 신중하게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절차를 정하고 있다.
벌금형이라는 경미한 처벌만이 가능하도록 하되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예정된 약식명령사건, 정식재판청구사건 등은 당초 예정된 바에 따라 적은 시간과 노력만으로 신속하게 처리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징역형 등 무거운 형벌이 부과될 수 있어 신중하게 처리되도록 예정된 사건의 재판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정식재판청구사건의 피고인들이 재판부에 대해 지나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함으로써 정작 신중하게 처리돼야 할 다른 사건의 재판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다음으로 법정에서 거짓진술은 지양돼야 한다. 법정에서의 거짓진술은 증인의 경우에는 위증죄가 성립돼 중하게 처벌되고, 피고인의 경우에도 그 악성, 재범가능성 등을 판단하는 데에 참고가 돼 형벌이 엄해지는 원인이 된다.
우리는 누구나 좋은 재판을 꿈꾸면서도, 좋은 재판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등한시하는 것 같다. 법원은 인적, 물적 시설을 확충하고 재판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적 토대를 제공하고, 재판 당사자는 양심과 진실에 기초해서 성실하게 재판에 응하고 공정한 재판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이 받쳐질 때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재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우룡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