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가계소비도 위축돼 국내 경기마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연일 접하면서 오늘의 현실이 더욱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생각과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직면해 있는 혹독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세계적 경제난에도 우리만의 독특한 삶의 자세로 이를 굳건히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이유는 우리 삶의 자세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큰 자산 중의 하나가 ‘빠름의 미학’이다. 혹자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습관이 우리 나라를 멍들게 한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커다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3년 전, 업무 차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를 방문했을 때 그곳 주민들의 여유있는 삶, 고풍스럽고 자연과 조화된 도시의 아름다움에 반해 한순간 이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 음식점에서 약 40분이 지나도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우리에게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는 종업원을 보고 그 생각은 점차 시들어졌다. 이 같은 일은 벨기에에 가서도 이어졌고, 그 주위에 있는 여러 나라를 가도 달라지지 않았다.
작은 것 하나에도 그 나라의 문화가 배어 있고, 삶의 자세가 느껴지는 법인데 그들 삶의 자세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라기보다는 ‘싫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소극적이고 프로답지 못한 자세였기에 아직까지도 실망감으로 남아 있다.
또 하나의 자산은 ‘근면의 미학’이다. 비단 유럽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천연자원이 풍부해서인지 저녁이 되면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고 경제활동을 접는 것을 보고 하루 24시간 중 황금 같은 저녁시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여유로움이 부럽기보다는 왠지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함으로 인해 선진국이기는 하나 강대국이 될 수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자세는 어떤가? 손님들이 오면 언제든지 신속하게 음식을 제공하고, 손님들이 원하는 장소까지 배달도 해 주고, 밤늦게까지 불을 켜고 경제활동을 하는 성실한 국민으로 가득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아닌가? 또한 근대화를 받아들여 가장 빠르고 비약적으로 성공한 유일한 나라도 역시 대한민국 아닌가? 이것이 바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고 이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 독특한 삶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수출 100억 불을 달성하였다고 좋아하던 때가 엊그제다. 어려웠던 시절 배를 주리며 공장에서 일을 하고, 중동으로 근로자를 보내고,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검찰이 지향하는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은 어찌 보면 우리가 가슴 속에 품고 있어야 할 소중한 정신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그 비난을 사회에 돌리는 소인배가 되지 말고 선비처럼 자신을 추스르며 희망찬 미래를 위해 오늘의 시련을 극복해야 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한번쯤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정경진 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