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지방에서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할 때 구속 피의자였던 ‘오띵티오’라는 베트남 노동자의 국선변호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의 혐의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그가 공사현장 숙소에서 한국인 인부를 때려 2주 상해를 입힌 것이다.
기록상으로는 ‘오띵티오’에게 별다른 선처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는 별다른 이유 없이 한국인 인부를 폭행했고, 처음 범행을 부인해 반성의 기미가 없는 사람으로 조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사건 당일 작업을 마친 베트남 인부들이 숙소에서 세탁기를 사용하려고 하자 평소 외국인 노동자를 괴롭히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한 피해자가 별다른 이유 없이 욕설을 하며 코드를 뽑아 세탁을 방해하였고, 이를 지켜 본 ‘오띵티오’가 그동안 동료가 당한 수모를 참다못해 피해자를 때리자 이를 분하게 생각한 피해자가 신고를 한 사안이었다.
피해자의 상처는 중하지 않았지만 한국말이 서툰 ‘오띵티오’는 자신을 제대로 변호할 수 없었고, 처벌로 인한 강제 출국의 두려움 때문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가 결국 구속이 되었던 것이다. 베트남 농가에서 노부모와 처, 3명의 자식을 부양하였던 그는 찢어지는 가난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가족을 배불리 먹여 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으로 ‘코리안 드림’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많은 빚을 지고 집마저 저당 잡힌 채 한국에 입국한 후 공사현장에서 한 달에 100만원을 벌어 90만원을 송금하고, 1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텼다. 그런데 입국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자로 처벌받고 베트남으로 추방될 상황에 처하자 그는 구치소에서 식음을 전폐하였다. 그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가족의 생계와 빚을 해결할 방법이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위와 같은 사정은 결국 재판과정에서 밝혀졌고, 필자의 설득으로 잘못을 인정하게 된 그에게 검사는 구형을 변경하였고, 재판부는 선고유예 판결(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베트남인 ‘오띵티오’가 다시금 ‘코리안 드림’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러브 인 아시아’, ‘미녀들의 수다’ 등 인기리에 방영중인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동남아시아, 중국, 러시아 등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거주하고 있거나 한국인과 결혼하여 살고 있고, 그 숫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8. 9. 22.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시행에 맞춰 광주지방검찰청은 전라남도, 광주시와 함께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한 제도 및 여건을 조성하고, 그 시책 마련에 유기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다문화가족 지원 MOU(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이는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화를 지향하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순간적인 울분을 참지 못한 ‘오띵티오’의 폭력행사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그를 탓하기에 앞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수많은 ‘오띵티오’들에게 한국이 진정한 꿈과 희망의 땅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최재훈 <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