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현재 광주지방법원을 홍보하고 선고된 판결 등을 법원 바깥에 설명하는 공보관 업무를 겸하고 있다. 공보관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떤 판결의 취지를 설명하는 인터뷰 장면이 TV 뉴스를 통해 전국에 방영된 적이 있다. 방송이 나간 순간부터 TV에서 필자를 보았다는 전화와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쇄도했다. 그런데, 전화를 한 지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가 “왜 그리 사투리가 심해졌냐”는 힐책이었다.
필자의 고향은 광주지만 15년이 넘게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광주로 근무지를 옮긴지 3년이 되었다. 광주에 내려와서 처음 재판을 진행할 때는 법정의 엄숙함 등을 고려해서 나름 표준말을 사용하려고 상당히 노력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재판에 출석한 당사자가 긴장하거나 말문을 못 틔우는 것 같으면, 마구 사투리를 섞어가며 대화를 풀어간다. 판사들은 법정에서 당사자들과의 의사소통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당사자들과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아주 많은 고민을 하고 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법정에서 당사자들이 한 말은, 판사들이 재판을 함에 있어서 제일 우선시 하는 중요한 재판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사들이 법정에서 당사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신뢰받는 재판’을 하기 위해서이다. 재판 결과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담당 판사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았거나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자신이 패소하였다고 말하곤 한다. 현장에서 재판을 하는 필자로서도 항상 반성하고 고민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법원은 수년 전부터 민사재판에서는 ‘구술심리강화’, 형사재판에서는 ‘공판중심주의강화’를 사법부 전체의 표어로 삼고, 어떻게 하면 법정에서 판사와 당사자가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오고 있다.
광주지법에서는 판사들이 ‘법정언행연구회’를 만들어 당사자들과 법정에서 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을 정도이고, 법관연수 프로그램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초빙해서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강연을 듣고 그에 관한 세미나를 하는 것이 빠지지 않는다.
판사들은 정기적으로 자신이 진행한 재판을 촬영한 다음 모니터링을 하면서 당사자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다른 판사들이 진행하는 재판을 보면서 배우기도 하며 서로 문제점을 지적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노력이 ‘신뢰받는 재판’을 위해서다. 적어도 당사자들이 ‘할말을 다 못해서 패소했다’, ‘내 말을 판사가 잘못 이해해서 패소했다’는 국민들의 불만은 해소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법정에서 사투리를 쓰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에 대하여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긴장해서 말문이 막혀 있다면 다소 익살스러운 사투리를 써서라도 대화의 물고를 터 보고자 하는 것이 필자가 법정에서 사투리를 쓰게 된 이유이고, 그러다 보니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것 같다. 표준말이든 사투리든 간에 어찌됐든 ‘서로’ 하고 싶은 말은 속 시원히 다하고, 말이 좀 통해야 그나마 ‘서로’ 믿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김종복〈광주지방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