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욕할 때 “이 사기꾼아!”, “도둑놈 같은 사람!” 이런 식의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돈 빌려가고 안 갚으면 사기죄로, 자기 물건이 어느 날 안 보이면 절도죄로, 상대방이 기분 나쁜 말을 하면 명예훼손죄로 고소, 고발장을 써서 수사기관에 접수되는 사건이 많다.

수사를 해보면 이런 고소, 고발 사건 중 약 80%는 민사소송으로 처리해야 할 것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사건이다.

통계에 의하면 작년에 접수된 고소사건이 58만5천857건이고, 그 중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각하 처분된 것이 6만5천55건으로 전체 고소사건 중 약 11%에 해당한다. 매년 접수되는 고소사건 중 기소하는 사건의 비율은 약 1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불기소 처분되는데, 그 중 상당수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고소한 사건이기 때문에 그렇다.

사회 분위기가 각박해지면서 조금만 감정이 상하면 “법대로 하자”며 고소장을 써서 수사기관에 접수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응해서 맞고소를 한다.

특히 아파트 주민 사이의 분쟁이나 종교기관 내부의 분쟁 등 여러 명의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사건에서는 폭행, 횡령, 배임, 명예훼손 등 다양한 죄명으로 상대방을 고소하면 고소당한 쪽도 다시 고소하는 일이 반복되어 여러 검사실에서 오랫동안 사건을 처리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형사 절차와 민사절차는 별개이므로 고소당한 상대방이 형사처벌을 받거나 불기소처분을 받더라도 그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피의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형사와 민사 등 모든 법적 절차가 끝나면 완전히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일본의 절반을 크게 밑돌지만, 우리나라의 고소사건은 일본보다 약 50배∼60배 더 많다. 수사 인력에는 한계가 있고, 우리나라는 민사절차로 처리해야 할 고소, 고발이 다른 나라보다 남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04년 9월부터 각 검찰청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형사조정위원회를 설치해서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범죄의 고소사건과 의료, 명예훼손 등 일정한 형사사건에 대해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형사조정위원회는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대학교수, 교사, 기업인 등 그 지역에서 존경받고 업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정위원은 전문 지식과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분쟁에 대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 원만하게 조정이 성립되도록 하고 있다. 형사조정을 통해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고, 당사자가 지출해야 할 비용, 시간을 절약하도록 하고 있다.

광주지검에도 형사조정위원회가 설치되어 다양한 직업, 경력을 가진 조정위원 87명이 활동하고 있다. 형사조정성립률은 2009년 현재 약 42%로 조정을 의뢰한 사람의 절반 정도가 만족한 결론을 얻고 돌아갔다.

아직까지도 형사조정을 의뢰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연락하면 검찰에서 그런 일도 하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현재 형사조정제도는 검찰 자체 지침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조속히 관련 규정이 법률화되어서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