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검찰청은 늘어나는 범인도피사범, 위증사범, 무고사범에 대하여 2009년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단속을 하여 많은 죄없는 국민들이 억울하게 처벌받는 것을 막아 인권보호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런데 해마다 이와 같은 거짓말 범죄가 광주, 전남지역에서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일을 생각할 때마다 한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지난 1988년 짐캐리가 주연한 ‘트루먼쇼’라는 영화가 흥행을 거둔 적이 있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일상 생활이 생방송되는 줄도 모르고 약 30년 동안 살아온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캐리 분)가 텔레비전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공모로 인해 거짓으로 점철된 자신의 삶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드라마이다.

영화속의 트루먼은 하루 24시간 생방송되는 ‘트루먼쇼’의 주인공인데,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TV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스튜디오 세트’ 안에서 성장하게 된다. 트루먼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어렸을 때부터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학교를 다니고, 만들어진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만들어진 직장에 다니며 생활하게 된다.

시청자인 전 국민들은 이같은 트루먼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즐거워하지만 오로지 트루먼만 이를 모르고 지내던 중 문득 주위 상황에 대해 의혹을 품고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트루먼은 제작진의 방해 속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모든 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 카메라가 없는 ‘진짜’ 세상으로 나간다는 이야기이다.

‘트루먼쇼’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좋은 영화인데, 이는 법조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만약 수사기관만 모르게 국민들이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또 범행을 자백한 사람은 자신이 실제 범인이 아님에도 허위로 증거를 조작한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자칫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법정에서도 국민들이 피고인의 범행을 보았음에도 ‘본 적이 없다’라고 거짓 증언하면 재판부도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된 검찰과 법원이 피해를 입는 것’보다 이로 인하여 ‘죄 있는 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 반면, 죄없는 국민이 억울하게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에 있다.

광주지검 자료에 의하면 범인도피사범은 2007년 상반기 7명에서 2008년 상반기 20명, 2009년 상반기 33명으로 크게 늘었다. 위증사범도 2007년 및 2008년 각 상반기 21명에서 2009년에는 39명으로 늘어나는 등 그 범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이 지역 국민들이 다소 정(情)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쉽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는 사람이 ‘나 좀 살려줘, 수사기관에서 거짓말 딱 한 번 만 해줘’라고 부탁하면 부탁을 받는 사람은 ‘알았어, 그 정도쯤이야’라고 생각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범인도피사범과 위증사범 등을 조사해보면 “제 죄가 이렇게 큰 죄가 되는 줄 몰랐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몰랐다’고 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큰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줬으면 한다.

검찰도 조작된 거짓 세계에서 사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더욱 더 부단히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거짓말 사범을 엄단하여 “거짓말하면 반드시 처벌된다”라는 건전한 법의식을 확립시켜 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정경진 광주지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