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형사소송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평소 경찰서 입구조차 가길 꺼려하는 시민들의 경우 자신이 피의자 혹은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자신에게 부여된 혐의나 범죄사실이 사실과 다를 때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못한다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국선변호사 제도는 경제 상황 등 여러 사정으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경우에 형사 피의자, 혹은 피고인을 위하여 법원이 국가의 비용으로 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에만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주다가 지금은 구속영장발부 여부를 심사하는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을 선정해주고 있으며, 국선변호만을 전담하는 변호인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선변호인은 재판부별로 전속되어 있고, 그 전속변호인이나 그 외 변호인들 중에서 원하는 변호인이 있으면 국선변호인선정 청구서에 기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는 법원에서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합니다.

피고인이 빈곤 기타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에는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변호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계속해서 국선변호인으로 재판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해볼 수 있고 한편으로는 조그마한 봉사활동의 일환도 된다는 마음으로 나름 충실하게 국선변호에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선변호는 아무래도 사선변호에 비해 의사소통에 있어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피해자와 아무런 감정이 없음에도 피해자들과 감정적인 충돌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타박하는 변호인이 마음에 들 리 없기 때문에 당연히 감정이 좋지 않게 되고 종종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물론 변호사로서 생활하는 제가 받아들여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가끔 국선변호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 밖에서 변호인을 향하여 욕설을 하거나 인격적인 모욕을 가하는 경우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국선변호인은 피고인과 개인적인 인연, 혹은 선임으로 변호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변호할 수 없는 형사피고인을 위하여 국가가 선정해준 변호인입니다. 국선변호인들은 건당 20∼30만원 정도의 보수를 국가로부터 받고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변호를 합니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생각하는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를 우호적으로까지 생각하기는 힘들겠지만, 도를 넘어선 감정표현에 대해서 서운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물론 절대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피해자 혹은 그 가족 역시 나중에 피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여러분도 피해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옹호해주는 국선변호인을 원하게 되실 겁니다.

〈강성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