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은 사회의 발전 속도와 변화된 환경에 발맞추어 나가고자 여러 가지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그 장·단점을 점검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검찰의 새로운 제도의 하나인 영상녹화조사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상녹화조사란 ‘수사기관에서 조사하는 과정을 녹음, 녹화하는 것’입니다. 조사에 참여하는 조사자, 피조사자의 발언내용, 피조사자의 얼굴 표정과 행동, 조사실의 모습 등을 녹음, 녹화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조사 방식은 소위 ‘조서 중심’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이는 조사자가 피조사자와 사건에 대하여 문답을 하고, 그 문답 내용의 요지를 조서(서류)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같은 조사방식은 우선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립니다.

또한 피조사자의 진술내용을 요약해서 기록하다 보니, 피조사자의 입장에서는 간혹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조서를 꾸민다’는 말도 본질적으로 위와 같은 글자 매체의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들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였음에도 일부 피고인들이나 참고인들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그런 내용을 말한 사실이 없다거나 그와는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럴 때면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검사의 입장으로서 참담함을 느끼곤 합니다. 또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속된 말로 ‘정말 미치고 환장할 일’이 아닐 수가 없을 것입니다.

검찰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해보고자 많은 대안을 검토했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온 대안 중의 하나가 바로 영상녹화조사입니다. 영상녹화조사는 2004년 12월부터 일부 검찰청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대부분의 검찰청에서 영상녹화조사실을 갖추어 놓고, 실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상녹화조사의 장점은 피조사자의 입장에서는 일단, 말하는 진술내용이 그대로 기록이 되고, 조사시간도 크게 단축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검찰의 구성원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비신사적인 언동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검찰이 영상녹화조사를 통해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국민들로부터 검찰의 수사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를 토대로 법정에서도 사건의 실체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있어 사장되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영상녹화조사는 2008년부터 시행 중인 현행 형사소송법 초안에서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가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 최종안에서는 아쉽게도 그 증거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채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를 맡은 검사의 입장에서는 영상녹화조사를 활용하는데 다소간의 주저함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이러한 영상녹화조사가 이제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된 이상, 이제는 형사소송절차에서도 영상녹화조사가 하나의 증거방법으로서 온전히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필요성이 입법과정에서도 조속히 반영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동언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