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건설업을 하면서 아파트를 대규모로 지어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그 재력을 바탕으로 1980년대부터 언론사업에 뛰어들어 이탈리아 3대 민영방송사, 인터넷 미디어 그룹, 출판사, 영화사, 전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프로축구단 AC밀란 등을 소유한 이탈리아 최대 재벌총수가 됐다. 이탈리아 총리인 베를루스코니 이야기다.

그는 이탈리아 언론을 장악한 후 지난 1994년 집권한 이래 세번째 총리직에 올라 수많은 뇌물, 탈세 등 각종 스캔들과 불법행위, 심지어 1998년에는 사법부로부터 2년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건재하다.

미디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한다. 대리투표, 재투표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이 진행중이고 헌법재판소에 방송법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이 제출된 상태에서 국회사무처는 법안을 정부에 바로 이송하여 이송당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시행을 위한 각종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하니 뭔가 급해도 한참 급한 모양이다.

미디어법 개정의 가장 큰 부분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겸영을 허용하는 것이다. 자본을 투자해서 지상파방송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컨텐츠를 다양화 할 필요가 시급하단다.

도대체 전국 규모의 지상파 방송국을 만들어 기존 시장에서 살아남을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 또는 신문사가 몇이나 될까.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몇몇 재벌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신문사 외에 더 있겠는가. 결국 그들에게 지상파와 보도채널을 주자는 것 아닌가.

인쇄매체에 비해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의제설정력에 있어서는 신문 또는 인쇄매체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론형성에 있어서 의제설정 자체가 내용에 대한 논란 이전에 더 중요한 언론행위가 된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공영성에 대한 여러가지 견제수단이 담보되어 있는 지상파방송사의 독과점을 해소한다니….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미 강한 정파성(政派性)을 갖고 있는 조·중·동이라는 신문매체가 지상파방송사를 소유하고 그를 통하여 자신의 정파성을 확대재생산할 경우, 그 정파적 목소리가 우리사회 전체를 통제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보도기능 이외에는 이미 재벌과 신문의 방송진입이 허용되어 있음에도 온갖 갈등과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어붙이는 이유가 가늠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바뀌자 마자 임기가 보장된 지상파 공영방송사, 보도전문채널의 사장 교체를 노조의 극렬한 반대와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강행하더니 쓸만한 시사프로그램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바야흐로 예능프로그램 전성시대를 구가하는 시점에 이루어진 또 하나의 쾌거(?)라 할 것이며 앞으로 진행될 언론관련정책이 얼마나 더 노골화 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거대자본이 탐욕과 융합하면 권력화하고 권력화한 자본은 이를 유지하기 위하여 언론장악을 기도하게 되고, 언론과 유착한 권력은 필연적으로 장기화를 꿈꾸며 유유히 부패하게 되는 역사를 되풀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미디어법의 국회통과를 전후한 정국을 보면서 베를루스코니의 역정(歷程)이 자꾸만 겹쳐 보여지는 것을 어쩌랴.

/김춘성 광주지방 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