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은 오래 전부터 법원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법원견학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시민들이 다녀가고 있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올해 8월에만 252명의 아이들(주로 초등학생)과 학부모가 법원을 방문하였다. 아이들이 법원견학을 오면 법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 다음, 실제 재판이 열리고 있는 민사법정과 형사법정을 방청하게 하고, 어린이용 법복을 입은 모습을 기념촬영 해주고, 법원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방영한 다음, ‘판사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필자는 광주지법을 홍보하는 공보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판사와의 대화 시간’을 올 초부터 도맡아서 진행해 오고 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 신선한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대단히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의 질문 내용이 매우 참신하고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견학 팀에서 항상 나오는 질문도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판사님 월급은 얼마나 되나요?”이다. 가장 난감한 질문이다. 또 다른 질문은 “판사가 판단을 잘못해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판사가 잘못 판단해서 억울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요?”이다.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상당히 당황했지만, 판사들이 잘못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혹시라도 잘못 판단한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제도적으로 3심 재판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심급제도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또 판사가 되기 위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했고, 판사가 된 후로도 계속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으며, 법정에서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꼼꼼히 잘 챙겨 듣고, 사건 기록 검토를 위해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많다는 등등의 설명도 잊지않았다.

하지만 아이들로부터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문득 필자 스스로가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정말 내가 잘못 판단하면 어쩌지’하고 말이다. 판사가 되기로 결심할 때 판사의 봉급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고 분쟁을 해결하여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사명감’이 나를 판사의 길로 이끌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판사가 되고 나서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여느 봉급쟁이들과 마찬가지로 봉급을 받고 생활을 해보니 나름대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미래를 걱정하게 되고, 해를 거듭 할수록 사명감보다는 일상적으로 재판업무를 처리하게 되는듯 했다.

그런데, 판사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정보가 있을 리 만무한 어린아이들에게서까지 일관되게 위와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내가 맡고 있는 업무가 얼마나 중요하고 고귀한 업무인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업무인지, 결국 국민들의 기대가 얼마가 큰 업무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요즘엔 판결 선고를 코앞에 두고도 아이들의 질문이 자꾸 떠올라 다시 한 번 기록을 뒤적이면서 잘못 판단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한 번 더 꼼꼼히 사건을 챙겨보게 된다. 아이들에게서 판사가 가져야 할 사명감을 다시 배운 것이다.

/김종복 광주지법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