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로서 형사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우리 형사법 제도가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1억원을 사기당한 할머니의 사례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형사법제의 도입을 제안합니다.

사기꾼 A씨는 선량한 할머니에게 사업자금을 빌려달라고 거짓말하고 1억원을 받은 후 잠적하였습니다. B씨, C씨는 A씨와 할머니간의 돈거래에 관한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하면서 경찰에 B씨, C씨를 조사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경찰은 B씨를 조사하였으나, B씨는 A씨와의 친분 때문에 A씨에게 유리하게 거짓말하였습니다. 경찰은 C씨를 조사하려고 하였는데, C씨는 출석을 거부하였습니다. 현행법상 C씨의 출석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A씨에 대한 수사는 증거부족으로 진척되지 못한 채 계속 지연되었습니다.

할머니는 피해변제를 받지 못한 채 사건이 지연되면서 이자부담 등의 고통이 가중되었습니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할머니는 A씨로부터 2천만원만 받고 합의하였습니다.

필자는 할머니를 위해서 A씨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C씨가 수사기관에 출석해서 조사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이것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반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것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형사법이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A씨, C씨처럼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조사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A씨, C씨와 같은 사람들에 대하여 제도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그릇된 인권관과 이기주의가 확산되면서, 수사기관에서 거짓말해도 괜찮고, 타인을 위해 수사기관에서 조사받기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A씨와 C씨와 같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위하여 거짓말을 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진실을 말하도록 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근대 형사법은 국가의 부당한 형벌권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탄생하였기 때문에 피의자 보호에 치중해 있는데, 현재 우리 형사법도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이 개인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가의 부당한 형벌권 행사는 줄어든 반면에, 개인이 개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필자는 검사가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 뿐인 피해자 보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가 실현되는 형사법 제도가 만들어 지기를 기대합니다.

그 첫걸음은 피해자를 위해 진실을 말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사기관에서 거짓진술을 하는 사람을 처벌하고(현재 법원에서 거짓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됩니다), 진실을 밝히는데 중요한 사항을 알고 있는 사람은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출석하여 진실을 말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우석 광주지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