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필자 역시 딸을 키우는 아비의 입장에서 그 범행의 끔찍함과 뻔뻔스런 범인의 태도에 몸서리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필자는 법관의 한 사람으로서 법관의 양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에 큰 부담이 느껴지기도 하고 법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현직 법관인 필자가 조두순 사건과 같이 하나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 그 타당성을 언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나, 이번 기회에 법조생활 동안 양형과 관련하여 생각하던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오래된 법정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여야 법관이 타당한 양형을 할 수 있다. 현재 지적되고 있는 것과 같이 무기징역형과 유기징역형의 최장기간인 15년(가중하는 경우 25년) 사이에 보다 장기간의 유기징역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유기징역형의 최장기간을 15년으로 정한 것은 1953년 형법제정 당시부터이다. 과거 70년 사는 것을 고래희(古來稀)라고 하였으나 현재는 남성조차 평균수명이 80세에 육박하고 있고, 70대에 살인까지 하는 강력범죄자도 있다.

또한, 법정형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면허가 취소된 오토바이 폭주족이 매일같이 남에게 피해를 주어도 그 오토바이가 125cc 이하라면 무면허운전에 대하여 법관이 정할 수 있는 형은 경합범으로 최대 벌금 45만원이다. 1995년 법정형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증액한 이후 물가가 상승하고 엄벌의 필요성이 날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법정형은 변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고물상 2명이 고물을 줍다가 수리중인 주택에서 해체되어 있는 철제창틀을 주워갔다가 발각되어 특수절도죄로 재판을 받게 된다면 법정형이 최하 징역 1년이다.

만약 검사나 법관이 죄질에 맞게 형을 정한다는 생각으로 폭주족을 100만원의 벌금형이나 징역형으로, 고물상을 벌금형이나 1, 2개월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려고 한다면 “당장 사표 쓰고 국회로 가라(입법부의 영역임을 의미)”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끝으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대하여도 생각해볼 점이 있다. 1심에서 정한 형이 지나치게 낮다고 해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항소심 재판부로서는 동일한 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 서류로만 재판하는 약식명령 사건에서는 더욱 불합리한 일이 벌어진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예로 시장길에서 서행하는 여성운전자의 자동차에 일부러 팔목을 부딪쳐 상해를 입고 운전자 10여명으로부터 수십만원씩의 합의금을 뜯던 보험사기꾼에 대하여 검찰이 200만원에 약식기소 하였고, 이에 대하여 법원이 그대로 약식명령을 발령하였다면, 보험사기꾼이 나중에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10여명의 피해자들이 공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는 괴롭힘을 당하여도, 재판부로서는 다시 200만원의 벌금형 만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 보험사기꾼으로서는 밑져야 본전인 것이다.

적정한 양형권 행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질타에 대해 법관들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혹시라도 중요한 양형인자를 놓쳐 일반인의 법감정에 맡지 않는 형이 선고될까 긴장하면서 두꺼운 기록들과 씨름하고 있다.

필자와 같이 민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도 최근 재판에 앞서 더욱 긴장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낡고 제한된 법정형이나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형사소송법상의 원칙에 대한 재고(再考)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정회일 광주지법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