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상대방과 분쟁이 있을 때 흔히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법대로 해보자”라는 말이 아닐까 한다. 법을 집행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양 당사자가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기보다는 차라리 법에서 정한대로 엄정하게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법 집행이 반드시 어느 한쪽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기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로 필자는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시작된 사소한 폭행 고소사건이 벌금형으로 처벌된 뒤 양 집안의 가족들 사이에 명예훼손, 모욕 등 갖은 쌍방 고소를 거듭하여 분쟁이 커지다가 결국 각목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때려 중상해를 가한 정도까지 발전된 사건을 맡은 적이 있다. 이 사건에서 피의자가 이웃간의 최초 폭행 사건을 대화로 풀지 못하고 바로 형사 고소했던 것을 후회하는 것을 보고 그 폭행 고소사건이 “중재를 통한 화해가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많은 고소가 이뤄지고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까? 2008년 한 해 동안 수사기관에 접수된 전체 고소사건은 총 44만962건으로 수사기관 전체 사건의 21.4%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위 고소사건 중 17.9%가 ‘기소’되었을 뿐이고 26.8%가 ‘혐의 없음’, 17.5%가 ‘공소권 없음’, 11.1%가 ‘각하’ 처분되었다.

여기서 ‘공소권 없음’ 처분은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거나 상대방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주로 이뤄지고, ‘각하’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님이 명백할 때 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체 고소사건 중 절반 이상은 당사자 간에 충분히 대화로서 해결할 수 있었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대방과의 분쟁으로 인한 억울함과 분함을 참지 못하고 수사기관에 고소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일단 고소가 된 뒤에는 상대방이 형사 절차에 따라 일정기간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쳐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기소된 뒤 법원의 판결을 거쳐 형사처벌을 받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양 당사자의 사이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필자로서는 “법대로 해보자”라며 상대방을 고소하기보다는 “대화로 해보자”라고 설득하며 상대방과 함께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해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이제 우리나라도 개개인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면 이를 감수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각자는 주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그에 못지않게 상대방의 권리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여 다짜고짜 법에 호소하여 자신의 권리가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하기보다는 먼저 상대방과 대화로써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하고 이를 사회 전반적인 문화로 정착해 간다면 분쟁의 상당수가 해결되어 다른 어떤 선진국이 부럽지 않은 ‘살맛나는’ 나라가 되리라 확신한다.

/이성범 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