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2일. 대한민국 하늘과 땅은 모두 범상치 않았다. 하늘에서는 달이 해를 삼켜 버린 일식(日蝕)이 있었고, 국회의사당에서는 고성과 몸싸움이 토론과 표결을 삼켜 버린 난장(亂場)이 있었다. 난장이 끝나고 신문법,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법,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되었다. 요컨대 위 4대법은 난장판의 생산물이다.

언론과 금융이 영리 추구의 영역인지 공적 제도의 영역인지, 효율성과 경쟁력이 강조되어야 하는지 객관성과 공정성이 강조되어야 하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독자적인 양식에 따라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질의, 토론, 심의, 표결해야 한다는 점만은 굳게 믿는다. 그리고 이 같은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면, 사법적 판단으로 교정되어야 한다는 점도 의심치 않는다. 그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내 생각의 당연한 공준이다.

헌법재판소가 확정한 이 날 사실관계를 보면, 2명의 의원이 의사당 밖에 있었음에도 재석하고 투표한 것으로 표시되고, 4명의 의원이 옆자리 또는 멀리 원정하여 단수 또는 복수로 무권투표를 하였으며, 17명의 의원이 제자리를 두고 타 동료의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중 2명의 의원은 동료 의원에 의해 끌려나갔으며, 40명의 의원들이 대부분 10여 차례 찬성과 반대를 번갈아 기표한 것으로 표시되는데, 그 중 백미는 무려 24회에 걸쳐 찬성과 반대의 변덕을 부린 의원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한껏 논리적이다. 헌법기관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된 것은 맞지만, 가결선포행위의 무효선언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법정의견이 들고 있는 논거는 국회의 입법에 관한 자율권이고, 심의·표결권 침해로 인한 위헌·위법 상태의 시정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위헌·위법 상태는 맞지만, 그 결과물을 무효로 확인할 수 없다는 작위적 구분, 국회 자율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유권적인 판단을 구했더니 국회 자율권으로 해결하라는 순환론에서, 우리는 사법적 회피를 목격한다.

헌법재판소는 가결선포행위에 대하여 무효선언을 하는 것이 국회의 다양한 정치 형성 가능성을 배제하고 스스로 정치적 형성행위를 하는 것이 된다고 우려하지만, 나는 이번 결정이야말로 ‘완성된 쿠테타는 법질서 자체’라는 식의 더 할 나위 없는 정치적 형성행위라고 본다.

‘난장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시 난장에서 처리하라’는 엄숙하지만 아무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공허한 결정을 들으려고 우리는 약 석 달을 기다린 꼴이 되었다. 자율이 끝나는 곳에서 타율이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가 끝나는 곳에서 사법이 개입되어야 한다.

타협은 정치의 덕목이지, 정치가 생명을 다할 때 작동하는 사법에 친한 것이 아니다. 이번 결정은 자율이 이미 끝난 곳에서 여전히 자율만을 외쳐대고 있다는 점에서, 둘 중 하나다. 순진하거나 아니면 무책임하거나.

/김상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