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라라∼ 빛고을 광주의 법원 가족 여러분들, 지난 한 주도 모두 안녕하셨는지요? 화요일 아침 방송을 책임지고 있는 배진호 판사입니다.”

매주 화요일 아침 8시30분이 되면 광주 법원 안팎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굵은 목소리가 있다. 프로그램 명은 자칭 ‘배진호 DJ의 음악캠프’.

모 라디오방송에서 20년째 맹활약하고 있는 종친(?) 철수의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방송이다. 방송시간은 고작 30분, 전파를 타는 노래는 한 회당 대략 5곡 내외다.

방송 스태프는 연출, 작가, 선곡 및 DJ를 한꺼번에 맡고 있는 필자와 음향조정 등 기술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미녀’ 실무관 한 명이 고작이다. 물론 그녀는 청취자들의 반응을 몰래 알아오는 더 큰 역할도 맡고 있다.

방송 수단은 법원 내 안내방송 스피커가 전부. 따라서 주 청취자는 법원 식구들, 그것도 30분가량 일찍 출근하는 ‘아침형 인간’ 100명 정도다.

지난 2월 광주지법에 처음 와서 ‘세상 물정’을 모르던 시절, 선임 DJ 판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아침방송 DJ의 중책을 맡은 지도 어느덧 10개월이 다 되어 간다.

돌이켜 보면 갓 임관하여 재판은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판결문은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등등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었던 시절, 일주일마다 꼬박꼬박 돌아오는 방송 준비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의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세 가지의 귀중한 경험을 하도록 해 주었다.

그 첫째는 음악이 주는 깊은 울림이다. 타인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음악을 준비하다 보니 같은 음악이라도 내가 모르는 매력을 자꾸 발견하게 된다. 또 가끔씩 애청자들의 추천 곡을 통해서 새로운 음악 장르를 알게 되는 맛은 두 배의 기쁨이라고 하겠다.

둘째로는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라는 점이다. “겨우 1주일에 하루인데…”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특정 사안이 대외적인 약속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방송 전날 아무리 늦게까지 야근을 해도 다음날 방송의 음악을 선곡해야 하고, 술자리가 길어지면 남몰래 방송멘트를 중얼중얼하고 있다. 누가 보면 이걸 직업병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누군가가 내 방송을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어깨가 무거운 일인 것 같다. 하긴, 그 유명한 철수 ‘종친’도 20년 동안 제대로 저녁 약속도 못 잡았다고 하니까.

마지막으로는 칭찬의 위력이다. 아침 방송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칭찬 릴레이’ 시간이 되면 매주 1명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칭찬이 계속 된다.

칭찬의 사유는 다양하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이것저것 많이 도와주었다’는 사연부터 ‘친분은 없지만 복도에서 만나면 항상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는 사연까지 매주 다양한 사연들이 방송을 통해 소개된다.

하지만, 아무리 사연이 다양해도 공통점은 있다. 칭찬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즐거워한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기쁨을 주변에 나누어주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칭찬은 즐거움을 낳고, 즐거움은 결국 또 다른 칭찬을 낳는다. 유난히 추운 올해 겨울, 힘든 이웃들에게는 따뜻한 손길을,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는 기분 좋은 말 한마디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배진호 광주지방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