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변을 오가다 보면 법원 건물 쪽을 향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는 통곡을 하며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광주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고 최근에 와서 새로이 생긴 것도 아니다. 어느 법원을 가더라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광경이고 필자가 법관이 된 이래 늘 보던,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별 느낌조차 없는 풍경 중의 하나이다.

법만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법원의 경계선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가 금지되어 있고, 1인 시위의 형식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업무를 방해할 정도로 심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이는 법원에 어떤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고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차단하여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고자 함에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 재판을 영향을 끼치기 위하여 법원 주변에 모여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도를 넘어서 법관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을 안겨주어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그와 같은 것에 영향을 받는 법관은 거의 없을 것으로 믿지만 만에 하나라도 영향이 끼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원 주변에서의 집회나 시위는 엄격하게 제한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법원 안팎에서의 소란행위에 대하여 그간 우리 법원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법원에 대하여 억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법원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하여도 반성해 볼 점이 적지 않다. 억울하다는 사람 가운데에는 실제로 억울한 경우도 있지만, 뭔가를 잘못 알고 자신이 억울하다고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우리 법원에서는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억울한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재판 원칙을 강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그 결과가 아무리 공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재판받은 사람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을 단지 그 사람의 무지로만 돌리고 말 것인가?

실제로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갖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받은 판결 대부분은 다른 법관이 다시 재판을 하더라도 그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들이다.

그런데 법원에서 정확한 결론을 내리는 것에만 온통 신경을 쓰고 그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소홀했기 때문에 공정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심지어 상대방 변호사가 담당 법관과 각별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재판에서 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사실인 양 전달함으로써 법원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도 한다. 물론 억울한 사람이 전혀 없게 만들기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은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법관들이 당사자를 설득하는 일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준다면 법원을 향한 원망의 시선이나 한 서린 외침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재희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