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었던 강기갑 의원 사건, PD수첩 사건 등에 대한 잇따른 무죄 판결을 둘러싸고 이른바 ‘용기 있는 판결’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 등이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가세하면서 사안이 엉뚱하게 사법개혁논의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정치권은 사법제도개선특위를 발족시켜 사법개혁에 나섰지만, 여권은 ‘법원 길들이기’, 야권은 ‘검찰 길들이기’라는 서로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따지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가 자신의 성향과 다른 판결을 했다는 이유로 담당 판사의 자택 앞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이는 등 판사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위협하는 일도 발생하였다.

판사의 집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이는 행위는 사법부에 대한 정면 도전행위이며 법치주의의 근본을 뒤흔드는 행위이다.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개개의 판결에 대하여 담당 판사에게 이런 식으로 위협을 가하면 어떤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서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여권은 법관의 당연한 활동인 전문법률분야 연구를 이념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특정 판사들을 공격하고 있고, 일부 언론은 특정 판사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치 성향이 있다는 등으로 무차별적인 인신공격과 사상 검열을 하고 있다. 판사들의 성향이나 과거 행적까지 파헤치며 일방적인 비난을 하는 것은 사법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회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도 않은 채 “다수의 국민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판결은 결국 법관 및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마치 법원의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성명을 발표하여 이러한 논란의 소용돌이에 끼어들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법조인은 이러한 일방적인 성명 발표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확히 법관의 독립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법제도는 원래 다양성을 본질로 한다.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을 독립된 판단의 주체로 하되, 심급제를 통하여 이러한 다양성에 대하여 일정한 한계를 두고 있다.

개개의 법관은 사법의 다양성에 충실하되, 독선과 독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꾸준히 균형감각을 단련함으로써 보편적인 국민의 법 감정 등 일정한 한계를 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분쟁과 갈등의 해소가 사법시스템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개개의 재판에 대해 이념을 덧씌우거나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정치권은 시대착오적인 이념 논쟁을 사법부에게 덮어씌우지 말고, 시급한 민생문제의 해결과 공천제도 등 스스로의 정치개혁에 신경 써 주기를 바란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가 외압에 굴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일반 국민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용기 있는 판결’이 더욱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최정희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