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무실에 머리카락이 눈까지 내려온 고등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사무실에 들어온다. 흡사 학교 교무실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학생들의 모습과 같다. 부모님도 처음 와 보는 검찰청이라 경직되어 있고, 학생은 주눅이 들어 아무런 말도 못한다. 학생은 검사 앞에서 반성문을 쓰고, 부모님은 자신의 자녀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된다.

일선 검사들은 소년사건들을 종종 다루게 된다. 소년사건이란 14세 이상부터 19세 미만자가 범한 사건을 말한다.

검찰에서는 소년들에 대하여 처벌보다는 교화에 중점을 두고 보호관찰관이 보호관찰을 하거나, 선도위원들이 일정한 기간 소년에 대하여 선도를 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하는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소년부를 별개로 두어 소년들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나는 범행을 하고 검찰청에 온 소년들에게 “앞으로 학생이 몇 년을 더 살 것 같은가요?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라고 물어보면, 학생들은 앞으로 60년 이상은 더 살아야 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대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앞으로 60년 이상을 어떻게 살 것 인가요”라는 질문을 추가로 하면 학생들은 머뭇머뭇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가 앞으로 학생들이 살아가야 할 60년 이상을 좌우하게 되므로 그만큼 청소년기는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주의를 준다.

그리고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학생들이 앞으로 60년을 보통 사람들처럼 살려면 3가지를 꼭 지키라고 당부를 한다.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고등학교까지는 착실하게 다녀 졸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행을 한 많은 학생이 학교를 자의반 타의반 자퇴하는 경우가 많은 데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게 되면 사회에 나가 직장을 얻고 인정을 받는 것이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둘째, 가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범행을 한 학생들은 집이 답답해 가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돈은 없고 먹고 자는 것은 해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또다시 절도, 갈취 등 범행을 하게 되고,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처럼 경미한 절도 범행이 강도나 빈집털이 등 강력범행으로 변해 갈 가능성이 많아진다. 또한 여학생의 경우는 티켓다방 등에 들어가 성매매를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셋째, 학생들은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단순한 호기심에 오토바이를 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사고가 나면 크게 다쳐 어린 나이에 불구가 되거나 사망까지 할 가능성이 많다. 또한 오토바이가 없는 소년들은 다른 사람의 오토바이를 훔쳐서라도 타게 되고, 계속하여 다른 사람의 자동차까지 훔쳐 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3가지 당부를 들은 학생들은 나의 말에 수긍을 하며 다시는 범행을 하지 않고 성실히 학교생활을 할 것을 다짐하고 사무실을 나간다. 학생들의 나가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위 3가지라도 지키면서 성실하고 평범하게 학교생활 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류남경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