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의정부지법으로 발령나기 전까지 광주지법에서 근무했다. 오늘은 1년여를 고향인 광주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소감을 적어보고자 한다.

필자는 지난 2009년 광주지법 부임 당시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근무지를 옮겼다. 광주 법원은 필자의 출생지인 곡성을 관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어릴 적 광주에서도 거주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나 접할 수 있는 감칠맛 나는 음식들과 늘 푸근함을 느끼게 하는 인심은 가족을 두고 홀로 떠나 온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광주는 예부터 예향으로도 이름이 높았는데, 5·18 민중항쟁의 결과로 현재는 민주주의의 성지(聖地)라고도 불리니 광주 사람들은 여러모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만 한 것 같다.

이러한 광주에서 살다 보니 다른 지역에 발령을 받고 근무하는 동료들에 비하여 근무지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은 너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다가도 문뜩 실망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음을 숨길 수 없다. 흔히들 말하는 기초질서에 관하여 말하고 싶은 것이다.

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피운 담배꽁초를 차 창문 밖으로 주저 없이 던지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길바닥에 끊임없이 침을 뱉어대는 대학생 등등 볼 때마다 참 짜증나게 하는 모습들이다.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호칭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그 정도 사소한 일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진국인지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기초질서 준수에 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높은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큰 발전이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수출대국의 반열에 들고도 감히 선진국이라고 말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기초질서를 준수하는 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겉치레가 아니라 서로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약속을 지키는 것이므로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특히 광주의 경우에는 운전 중 신호위반이나 대로변 무단주차 등이 매우 심각한 편인 것 같다. 가끔 택시를 타게 되면 너무도 태연하게 신호를 무시하는 택시기사가 많다.

또 “남이야 어찌되든 관심 없다”는 듯이 대로변 모퉁이에 불법 주차해 놓은 차량 때문에 수많은 차들이 체증을 겪어야 하는 광경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다. 이 때문에 작년부터는 교통문화개선 캠페인까지 나온 것으로 안다.

필자의 경우에는 광주의 기초질서 확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승객의 안전은 도외시한 채 신호위반을 일삼다 사고를 낸 택시기사에 대하여 중한 형을 선고하기도 하였다.

단속을 강화하고 엄한 처벌로 다스려 질서유지를 강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보다 이상적인 방법은 자발적인 참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몰라서 안 지키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그저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편의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올해는 민주주의의 성지에 사는 사람들의 자긍심이 기초질서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으면 한다.

/이재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