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범죄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인륜에 반하는’ 죄들이 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친부가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지난 2008년 12월에는 청주에서 함께 거주하는 청소년을 성폭행한 할아버지, 큰아버지 등에 대하여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여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고양시에서도 친딸을 성폭력하고 구속 기소되었다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다시 성폭행하여 구속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일단 피해자가 아동인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면, 각 검찰청마다 설치된 아동 전용 조사실에서 아동 전담검사의 지휘 아래 피해 아동이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보호자가 동석한 가운데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16세 미만의 아동 및 신체·정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의 경우 조사과정을 필수적으로 영상 녹화하고,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가능한 한 조사를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하여, 피해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위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친부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 대부분 피해 기간이 장기(長期)이며, 아이가 보호되어야할 기본적인 단위인 가정이 가장 극악한 범죄의 현장이 되므로 인한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는 말로 형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법제로는 피의자가 유죄의 판결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은 후에도 출생과 동시에 연결된 친자에 대한 권리, 즉 ‘친권’은 유지되고, 피고인은 교도소에서 출소 후 아버지란 이름으로 피해자들에게 돌아와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인륜을 저버린 피고인의 친권을 제한하기 위해 법은 검사에게 수사기관으로서 성폭력 가해자를 기소하여 형사처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친권자인 가해자의 ‘친권상실’을 청구하고, 피해자에게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주는 등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은 청소년대상 성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는 그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청소년의 친권자나 후견인인 경우 친권상실선고 청구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광주지역에서는 지난 2월 친딸에 대한 성폭력 피고인에 대해 ‘친권상실’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수사기관이 이미 피해자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뿌리내린 상처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은 범죄인을 형사처벌하는 단계를 넘어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며, 또 다른 피해자를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그 노력이 미비하지만, 향후 개인, 사회단체 등과 연계하여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피해자를 지원함으로써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이 온전히 사라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근정 광주지방검찰청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