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살고 싶은 도시인가? 살고 싶은 도시의 조건은 무엇인가? 국가 간 경쟁 못지 않게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그 틈바구니 속에 광주도 정치·경제·문화·사회·교육·주거 등 전방위 분야에서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세계 모든 도시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주거의 질’이다. 이 ‘주거의 질’은 앞서 언급한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개인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본 시리즈에서는 광주시 주거지역으로 범위를 한정해 살고 싶은 주거도시 광주를 위한 조건과 광주 주거지역 현황 및 과제, 미래 누구나 살고 싶은 주거도시 광주를 위한 제언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광주는 서남해안의 중추도시로, 호남권의 인구와 사회·경제·정치·문화 관련 기반시설이 집중돼 있다. 인구 규모는 지난해 현재 143만3천640명으로, 대전에 이어 대한민국의 6번째에 해당된다. 이 인구가 거주하는 주거용 10만790개 건물 등 상업용·교육용·공업용 등을 합쳐 모두 13만7천268개의 건축물이 501.34㎢에 넓게 퍼져 있다. 이들 건축물과 인구가 집적돼 있는 곳을 도심이라고 부르며, 광주시는 구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동구 금남로·충장로 일대와 서구 상무지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 광주시 주거지역 조성 과정=애초 동구 일대의 광주읍성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광주시는 1960∼1970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제1순환도로 일대로 확대되고, 그 후 구도심 주변 상무·금호·풍암·일곡·첨단 등에 대한 택지개발사업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구도심 일대는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 시점까지 지어진 단독주택, 신규 택지는 10층 이상의 중고층공동주택 중심의 주거 형태를 띠게 된다. 신규 개발을 통해 택지 내 공원이나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고 승용차 위주의 교통 문화가 정착되면서, 인구 이동이 가속화됐다. 그로 인해 구도심은 인구가 급격히 유출되는 등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다. 또 시민들이 난방·쓰레기 처리, 방범 등이 불편한 단독주택보다 공동주택을 선호하게 된 것도 구도심 쇠락을 부채질했다.

이로 인해 구도심은 저소득층과 노인 등 소외계층이 집중되고, 빈집이 속출하게 됐으며,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도 제 때 이뤄지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광주에서도 구도심 단독주택지역이나 연립주택을 고층 공동주택으로 탈바꿈시키는 재개발·재건축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마저도 경제성 부족, 건설 불경기, 주민 간 마찰 등이 원인이 돼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 택지개발지구는 ‘집적’에 따른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유흥주점 등 상업시설과 주거시설 등이 혼재되고, 인구의 집중에 따른 사회기반시설의 부족 등이 그것이다. 또 인구의 추가 증가 없이 수완·진월 등 새로운 택지개발이 최근까지 계속되면서 주택 공급의 과부하 논란도 일고 있다.

◇ 살고 싶은 도시의 조건들=세계적인 인사조직 컨설팅 회사인 머서(Mercer)에서는 매년 해외 주재원을 대상으로 세계 각 도시의 ‘삶의 질’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평가 기준은 ▲정치적 및 사회적 여건(정치적 안정, 범죄, 법 집행) ▲경제적 여건 ▲사회·문화적 여건 ▲보건 및 위생 ▲학교 및 교육 ▲공공서비스와 교통시스템 ▲레크리에이션(식당, 극장, 영화관, 레저 등) ▲주택 ▲자연환경 ▲소비자 상품 등이다.

이 기준에 따른 지난해 215개 도시 중 가장 삶의 질이 높은 도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였으며, 그 뒤를 스위스 취리히와 제네바, 캐나다 밴쿠버,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등이 이었다. 우리나라 도시 중에서는 서울이 83위, 여수 112위, 울산 115위 등이었다. 국내 대상 도시는 해외 주재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도시만을 선정했기 때문에 광주, 부산, 인천 등 광역시는 제외됐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일본통계센터와 주간지를 발간하는 다이아몬드사가 ‘일본의 693개 도시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데 그 기준은 ▲살기 편함 ▲풍족함 ▲성장도 등이다. 특히 ‘살기 편함’ 기준에는 1천명 당 소매업상점 수, 의사 수, 도시공원면적, 공공하수도보급률, 자택소유세대비율, 주택지최고지가(높은 지가는 살기 힘들다는 평가에 따라) 등 7개의 지표가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도시 별 삶의 질을 평가하는 시도는 이제까지 없었다. 다만 지난 2007년부터 국토해양부에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에 착수하는 등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거, 교육, 교통 등 양적인 기반만이 아니라 환경, 도시미, 경관, 문화 등 질적인 분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각 기관별 국가별 ‘삶의 질’에 대한 평가 기준은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소득수준이나 계층에 따른 다양한 주거공간의 제공 여부, 공원이나 도로교통 기반시설의 확보 여부, 범죄·재해로부터의 안전 여부 등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 이를 좀 더 추상적인 시각에서 보면, 모든 연령·계층에 상관없이 ‘자아실현의 기회’가 제공되고, 이웃과 어울리며, 자연과 조화되는 일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광주가 살고 싶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각각의 기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광주일보는 주거지역에 초점을 맞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연령·계층·가족구성 등에 따른 다양한 주거 및 기반시설의 제공 ▲자연환경과의 조화 ▲시민들의 양보와 배려 등을 설정했다.

◇ 주거도시 광주의 과제=광주 주거정책 중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금남로 공원’과 ‘영구임대주택 리모델링’ 이라고 할 수 있다. 금남로 공원은 쇠락하는 구도심을 떠난 공공기관 부지를 공공재원을 투자해 공원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영구임대주택 리모델링은 그동안 민간의 몫으로만 남겨뒀던 저소득층 주거문제에 광주시가 개입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거정책의 변화는 아직 광범위하게 확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거의 질이 빈부에 따라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구도심의 주거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이익에 치중한 나머지 공동주택이 도심 주거지역의 70%를 육박하고 있으며, 공원이나 도로, 의료기관, 문화·교육시설 등도 편중되고 있다. 의료기관의 경우 지난해 현재 종합병원 19곳 중 동구는 3곳, 병원 및 한방병원 55곳 중 동구는 6곳에 불과할 정도로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시설 역시 동구를 떠나고 있다.

최근 구도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시아문화전당, 빛고을문화관, 영상복합문화관 등의 공공시설들이 구도심에 들어서고 있지만, 구도심의 주거인구를 늘리는 데까지는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공동주택 중심의 주거지 형성은 과거 오랫동안 형성돼 왔던 ‘동네 커뮤니티의 붕괴’를 촉진하고, 도심 내 자연·역사자원을 인공구조물로 대체시키고 있다. 또 최근 사회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김길태 사건’ 등에서도 알 수 있듯 단독주택지역이 슬럼화에 의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구도심 일대로의 주거인구 유입, 주택 유형의 다양성 제고, 도심 내 자연환경과 인공구조물의 조화, 주거지 내 이웃과의 커뮤니티 형성, 살고 싶은 주거지 만들기에 주민들의 참여 증대 등이 광주시 주거정책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