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 2부는 연쇄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였다. 2차례 성폭력범죄 실형전과로 합계 7년을 복역했고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범행을 시작했으며 범행수법 또한 잔혹하다는 것이 중형에 처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 다음날 서울고등법원도 비슷한 범죄에 대하여 징역 25년을 선고하였다. 그 사건의 피고인도 2차례 성폭력범죄 실형전과로 합계 13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그동안 재판하였던 연쇄 성폭력범죄의 피고인들도 대부분 성폭력범죄로 장기간 복역한 전과가 있고 출소 후 단기간 내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범죄인이 무거운 처벌을 받고나면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앞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성폭력범죄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흉포한 성폭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형을 더 높여서 범죄자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성폭력범죄는 처벌이 약해서라기보다 소아성기호증, 성도착증과 같은 정신병적 장애나 왜곡된 성인식 등 범죄자 개인의 정신작용에 의하여 발생하는 면이 크다. 처벌수위를 아무리 올린다 한들 그 범죄자는 출소하면 같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형벌의 기본적 기능은 범죄자에 대한 보복임에 틀림없다. 범죄자에게 그가 저지른 범죄의 정도만큼의 벌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성폭력범죄자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킬 수 없다. 교도소 문을 나서자마자 더 무서운 성폭력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폭력범죄자가 모두 어느 정도 정신병적 장애가 있다고 본다면, 그 해결방법은 치료일 수밖에 없다.

1970년대에 캐나다에서 흉악한 성폭력범죄가 자주 발생하자 처벌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에 따라 처벌수위가 높아졌지만, 성폭력범죄의 발생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처벌만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캐나다 정부는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가해자 치료에 적극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캐나다는 성범죄 재범률이 가장 낮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과 영국도 치료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하였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치료를 받은 집단의 재범률이 13.2%,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의 재범률이 57.1%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치료감호법의 개정으로 정신성적 장애자로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치료감호가 가능하게 되었으나, 아직까지 그 활용실적은 저조하다.

굳이 치료감호까지 가지 않더라도 형집행 과정에서 성폭력범죄자들의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검찰 및 법원도 성폭력범죄의 습벽이 정신적 장애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여야 한다.

범죄자가 스스로 교화되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들의 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주는 것이 우리의 형제·자매를 지키는 길이다.

/양영희 광주지방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