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광주 시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강의를 나갔다. 초등학생들에게 필자의 소개를 하고나서 검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자 학생들로부터 각양각색의 대답이 나왔다.

그 중 학생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대답은 ‘죄인을 감옥에 가두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죄인을 감옥에 가두는 것, 즉 징역형이 가장 일반적인 형벌로 여겨지나 보다.

하지만 위 수감제도가 도입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이고, 기원전 17세기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는 살인자는 즉시 사형에 처하고,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피해자의 집의 노예가 되어야 하며, 환자를 죽게 한 의사는 손을 절단하고,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노예는 귀를 자른다는 식의 형벌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어찌 됐든 검사는 형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수사하고, 법원에 그 사람에 대한 형벌을 구하고, 형벌을 집행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의 대답은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 줄 수 있겠다.

그러나 검사는 죄가 인정되어 일반적으로 법원에 형벌을 구해야 하는 사안이더라도 법원에 피의자를 선처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기소유예 처분이다.

비록 피의자가 죄를 지었지만 그러한 죄를 짓게 된 경위, 피의자가 살아온 그동안의 환경, 앞으로 피의자가 같은 죄를 저지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피의자에게 형벌을 구하지 않고 사건을 잠정적으로 종결하는 것이다.

기소유예 처분을 하면서 피의자가 같은 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해 피의자를 도와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없이 오토바이를 운행한 무면허운전 피의자에 대해서는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하는 교통교육을 이수하여 무면허운전의 위험성에 대해서 인식하도록 하고, 특별한 직업이 없어 생계를 위해 물건을 훔친 피의자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실시하는 직업교육을 받아 기술을 익히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학교 폭력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선도위원의 선도를 받으면서 학교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새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피의자에게 범죄를 유발하는 환경 자체를 제거토록 피의자를 돕는 동시에 잠재적인 피해자도 보호하는 것이다.

피의자를 처벌하는 것이 검사의 일이지만 처벌 없이 새 삶을 살 수 있게 피의자를 도와주는 것도 검사의 일인 것이다.

/홍정연 광주지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