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오래전, 어느 왕이 나라를 통치하는데 근본이 될 지혜를 찾기 위해 자신의 철학을 추구해 나간 끝에 이 세 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어느 은자로부터 이에 대한 해답을 얻었고, 그 후 나라를 잘 다스리며 훌륭한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많은 이웃들과 이런저런 일을 해가며 살아가는 존재이니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고 실천할 수만 있다면 한결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한 성찰 없이 미망(迷妄)의 삶을 살아온 지난날이 몹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 8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통해서, 그 전 30여 년간의 법관 생활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우리 보통사람들의 삶의 실정과 사건을 보는 안목이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법관 시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 안에서 세상과 사건을 보았고, 지금은 그 보호막을 걷어내고 세상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그들의 실상을 한발 더 가까이서 보기 때문이리라.

법관은 법치주의를 이끄는 첨병으로서 누가 뭐래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청렴하고 가장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라 할 수 있다.

법관이라는 직업이 이처럼 고결한 것이고 그들이 남다르게 열심히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응한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그 문제의 중요한 핵심이 법관의 임명제도에 연유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법관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착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이다. 그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다음 연수절차를 거쳐 갓 약관을 넘긴 나이에 바로 법관이 된다. 요컨대 지금 우리의 법관 선발은 ‘시험에 능통한 착실한 젊은이’가 기준의 전부다.

그러나 법관으로 임명된 다음날부터 그들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 일감들은 이러한 젊은이들이 처리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것일 뿐 아니라, 이들이 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어두운 사회에서 엮어진 불합리한 사건들이다. 그러니 그들의 눈에 이러한 사건의 당사자나 변호사의 변설이 탐탁스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사건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를 제일 잘 알고 있고, 그에 관련한 중요한 자료를 갖고 있는 사람은 바로 당사자 본인이다. 따라서 그들이 마음 놓고 사실을 말하고 이것들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작업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 파악에 접근할 수가 없게 된다.

우리 사법제도 개선의 큰 물줄기가 법관 임명 등 인사제도의 개선 쪽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시험을 통과하고 연수절차를 마치면 모두 변호사가 되고, 그 중에서 일정수준의 경륜과 덕망을 갖춘 사람을 골라서 법관에 임명함으로써, 이론과 실무에 노련한 이들이 넓은 마음과 안목으로 적정한 판단을 내려준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의 회복은 결코 먼일이 아닐 것이다.

사법부가 국민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사법부 종사자들만이 아닌 우리 법조인 모두, 아니 국민 모두의 여망이기에 서두를 일이다.

/전도영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