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의 형사재판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은 시행 3년째를 맞는 현재까지도 계속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필자가 국민참여재판에서 피고인을 변호하였던 사건 중 두 사건은 모두 평소 앓고 있던 우울증으로 인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한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두 사건 모두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을 통해 피고인을 처음 접한 탓인지 사건을 맡기 전까지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비정한 어머니’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국민참여재판은 공판준비절차를 통해 먼저 사건의 쟁점과 증거조사방법에 대한 정리를 하고, 시민 배심원들을 선정한 후에 공판절차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위와 같은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선정절차의 중요성으로 인해 변호인으로서는 양육의 어려움과 우울증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심증을 형성할 우려가 있는 배심원후보자들을 적절히 배제하는 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아직 미혼인 젊은 남성이나 아이를 길러 본 적이 없는 고령의 남성의 경우 피고인들이 이 사건에 이른 경위와 우울증의 심각성에 대하여는 인식의 정도가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심원이 선정된 이후의 공판절차에서는 피고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무게와 이 사건 당시의 극단적인 상황, 그리고 우울증의 심각성에 대한 변론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였다.

국민참여재판은 전문지식을 가진 법관이 아닌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을 설득하여야 하는 재판의 특성상 어려운 법률용어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사실관계와 피고인의 변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변호인의 최후변론은 배심원들과 함께 ‘이 사건의 실체적 사실관계와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 여부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의미에서 간단한 메모지 한 장만을 가지고 배심원석 앞으로 나아가 피고인에 대해 변론을 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이는 하루 종일 장시간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의 특성에 비추어 또다시 장문의 원고를 낭독하는 것보다는 배심원들과 대화하듯이 호소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두 사건 중 2008년도 사건은 배심원들이 살인죄의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하되, ‘심신미약 감경’하여 집행유예의 평결을 하였고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009년도 사건은 배심원들이 심신상실로 인정하고 전원 무죄의 평결을 하였지만, 재판부는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하되, ‘심신미약 감경’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검사가 청구한 치료감호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국민참여재판의 여러 특성을 반영한 필자의 노력이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셈이었다.

아마도 필자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변호인으로서 피고인과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피고인들을 ‘자식을 죽인 비정의 어머니’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속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이 국민의 법감정과 공판중심주의에 부합하는 시스템으로 보완·정착되어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다.

/김정호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