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가 한창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그리스를 꺾더니 아르헨티나에는 안타깝게 졌다. 또 우리에게 패한 그리스는 나이지리아를 꺾어 한국 축구의 16강 가는 길이 ‘안개 속’이다.

월드컵 기간 중 흥분된 마음에 순간 실수를 하여, 폭행, 음주운전, 공무집행방해 등 범죄들이 소폭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범죄들은 벌금형의 약식절차로 처리되는 것이 보통이다.

법원의 형사재판은 크게 약식절차와 정식재판으로 나뉜다. 그리 중하지 않은 범죄에 대하여 검사가 법원에 서류만으로 벌금 또는 과료를 청구하는 것이 약식절차이다.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하게 되면, 법관은 수사기록상 범죄사실이 인정될 경우 보통 같은 액수의 벌금으로 약식명령을 발령하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피고인이 약식명령을 송달받은 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약식명령이 확정되고, 이때 피고인은 법원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

피고인이 약식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은 법원에 출석하여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벌금이 감액되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하나,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감액을 하지 않는 것이 법원 실무이다.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주는데,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그 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시키기도 한다.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죄에 대한 벌금액을 소개한다.

①폭행은 경미한 경우 50만원, 보통의 경우 70만원 또는 100만원, 그 이상의 경우 수백만원의 벌금, 상해의 경우에는 위 벌금의 약 1.5배부터 2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받는다. ②음주운전은 혈중알콜농도 0.05∼0.08% 벌금 100만원, 0.08∼0.1% 벌금 150만원, 그 이상은 150만원 이상이다. ③식품점에서 중국산 고사리를 국내산으로 표시하여 판매할 경우 벌금 100만원, 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뉴질랜드산 쇠고기로 표시하여 판매할 경우 벌금 200만원, 그 양에 따라 수백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④옷가게 등에서 가짜 명품 가방을 팔거나 팔려고 보관하다 단속되면 최소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다. ⑤책임보험 없이 자동차를 운행할 경우 벌금 30만원부터, 화물차 중량초과 등의 경우 3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⑥공무집행방해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정식기소되지만 중하지 않은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한다. 또 위에 소개한 모든 범죄의 경우 동종 전과가 있으면 벌금형이 더 올라간다.

벌금형도 전과에 포함되는데, 벌금액수에만 관심이 있을 뿐 벌금형 받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광주지방법원만 하더라도 하루에도 수십 건의 약식명령 사건이 접수되고, 형사법정마다 ‘벌금을 감액해달라’는 피고인들로 넘친다.

약식명령을 받는 사건 대부분이 순간적인 판단 착오나 실수에 의해 일어난다. 조금만 조심한다면 ‘벌금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

/박 현 광주지방법원 판사(형사 4단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