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광주지검 공판부에 근무하고 있는 공판검사다. 공판검사란 표현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공판검사는 주로 법정에서 공판관여를 하는 일이 주업무인데, 필자가 공판검사로서 노력하고자 하는 ‘피해자 보호’에 관하여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고자 한다.

법정에서 ‘피해자 보호’는 주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에 문제가 되는데, 피해자가 증인이 되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인 적지 않은 금액의 사기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들 대다수가 피고인과 지인이었는데, 피해자 중 한 사람이 공판검사인 필자를 찾아와 피해 내용은 물론, 인간적인 배신감을 호소하였다.

그는 “피고인이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법정에서 피해진술을 원하기에 법정에서 증언을 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피고인이 얼마나 나쁜 사람이었는지를 설득하는 자료가 되었다. 피고인에게 중형이 선고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는 피해자의 신청에 의해 법정에서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경우이다.

반면에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 범죄사실의 입증을 위하여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게 된다. 친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8세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의 범행 부인은 성폭력 피해자의 법정 증언이라는 형사소송절차상의 어려운 문제를 발생시킨다. 피해자가 처참했던 순간을 되살려 다시 피고인 앞에서 증언해야 하는, 이른바 ‘성폭력 2차 피해’를 야기하게 된다.

검찰은 이러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경찰 조사 단계부터 피해자 진술에 대한 영상녹화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법에 의해서 위 영상녹화물 자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고, 피고인 대면 없이 피해자가 증언할 수 있도록 비디오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방식도 마련되어 있다. 필자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비디오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을 신청하고 있고, 실제 아동·청소년 성폭행 사범에 있어서는 비디오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방식이 정착되고 있다.

이에 의하면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법원 건물 안에 별도로 마련된 비디오중계실에서, 피고인과 대면하지 아니한 채 어머니 등 믿을 만한 사람이 함께 있는 상태에서 피해 진술을 할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사건에서도 11세에 불과한 피해자 역시 이 신문방식을 통하여 편안한 가운데서 진술을 할 수 있었다.

최근 수년간 피의자·피고인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의 노력 결과 법정에서는 물론, 수사기관에서도 방어권이 보장되고 있다. 이는 필자만의 견해는 아닐 것이다. 이제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 마련에도 힘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박종민 광주지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