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형사사건 중에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사건이 많지만, 못내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면서 부가적으로 내리는 장기간의 사회봉사명령이나 수강명령이다. 위 제도들은 신체의 자유가 박탈되는 자유형에 대한 대체수단으로 범죄인의 재범방지와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등장한 것이다.

사회봉사명령은 유죄가 인정된 범죄자를 일정한 기간 내에 지정된 시간 동안 무보수로 근로에 종사하도록 하는 제도이고, 수강명령은 일정한 시간 동안 지정된 장소에서 강의, 훈련 또는 상담 등을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다음의 각 사례는 사회봉사명령이 부과된 경우이다. 첫 번째 사례는, 재혼을 한 갑녀가 재혼남으로부터 이혼소송의 피고가 됨과 동시에 재혼남의 자녀들에 대한 수 건의 폭행 등으로 피고인이 된 사건이다.

위 폭행의 문제는 재혼남과 사이의 불화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 당시 갑녀는 중소기업의 경리를 담당하면서 회계와 기장일을 처리한 비교적 성실한 여성이었으며 범죄경력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처분을 받으면서 동시에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이 부과되었다. 결국, 위 여성은 이혼을 당하면서 상대 남성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을 한 것은 물론,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으로 인하여 직장으로부터 해임을 당했다.

두 번째 사례는, 광주에서 이름 있는 대기업의 협력사에 다니던 갑남이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 후 강간에 대하여는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강제추행에 대하여는 유죄의 취지로 집행유예처분을 받으면서 3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이 부과되었다. 갑남은 강제추행과 사회봉사명령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항소하였지만 항소가 기각되었으며, 사회봉사명령으로 인하여 다니던 직장에서 파면되었다.

위 두 건의 사례에서 보듯이 갑녀와 갑남은 부과된 사회봉사명령을 수행하다 직장을 잃고 말았다. 형사적으로 문제가 된 사람들은 주변 사람은 물론, 다니던 직장에도 알리지 않고 휴가를 받아 공판기일에 참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장기간의 사회봉사명령이나 수강명령을 이행하기 위하여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장기간의 휴가를 받아야 하는데, 요즘과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장기간의 휴가를 받아 줄 회사도 없거니와 직장을 그만둔다면 재취업의 어려움도 크다.

무릇 직장생활과 가정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하여는 경제적 근간이 있어야 하는데 직장에서 해임 및 파면당하는 경우에는 범죄인의 재사회화 및 재범방지라는 애초의 그 제도적 취지가 무색해진다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 각 제도를 전면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사회봉사명령이나 수강명령을 부과할 때에는 피고인들의 재사회화나 재범방지의 기능을 유지하고 피고인들의 경제적 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하면 어떨까?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범죄의 유형별(특히 경제범죄의 경우)로 그 기준을 마련하면서 입법화하는 것이겠지만 변호사나 피고인들이 일치하여 꾸준히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재판부에 호소한다면 임시방편이지만 피고인들의 경제적 기반인 직장을 잃고 이로 인하여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는 감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공익과 사익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심재훈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