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일 보도되는 아동 성폭력 사건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모 신문 사회면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동 상대 강간범죄가 2006∼2008년까지 3년간 89%나 늘었다고 한다.(2009년, 2010년 통계는 더 심각할 것이다) 12세 이하 아동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가 급증한 가운데, 그중 강간의 증가 폭이 가장 크다고(심지어 6세 이하 여아를 강간한 사건도 26건이나 된다) 한다.

인간이 어찌 그렇게도 악할 수 있을까? 천사처럼 해맑은 아이들에게 어찌 그렇게 음흉한 마음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너무도 가슴이 미어진다. 무엇이 그런 짓을 저지르게 했을까?

정부당국이나 검찰, 경찰 측에서는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물리적 화학적 거세니, 전자팔찌니 하며 대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그런 대안들로 과연 아동 성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을까? 오히려 올바른 인성교육과 가치관의 전환에서 그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죄악을 초래한 것은 극도의 자기중심주의와 병적 이기주의 그리고 소유주의적 가치관의 팽배를 방치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안일함이라고 본다.

인성보다는 출세와 돈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 사회. 점점 심해져 가는 물질적 양극화와 인간성 상실로 우리 사회는 대단히 불안정한 윤리공백증에 신음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의 중요한 명제 “소유냐 존재냐?”를 떠올려 본다. 우리 인간에게는 얼마나 소유하느냐보다 어떤 존재가 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진실과 공동선을 신념으로 하며 이웃의 행복을 위해선 자신의 소유를 포기할 줄도 아는, 말하자면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삶은 살아가고자 노력할 때 인간은 아름다운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됨의 자존심을 꽃피우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를 이루는 문화와 그 안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

성(性)은 사랑하는 부부간에 상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선물로 주는 성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그 고귀한 성(性)이 소유의 도구로 부정하게 악용되고 있다. 심지어 천사와 같은 어린 아이들까지 성 유희의 상대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파렴치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들의 정신병적 작태를 개탄하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가 성에 대한 올바른 윤리관이 결여되어 있음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지성과 인성, 양심과 책임감보다는 다분히 자신의 육적 욕망에 비중을 두고 그것을 채우는 쪽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달려가려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이기주의를 진심으로 반성해야 하리라고 본다. 어쩌면 아동 성폭행은 우리 사회가 배태한 자업자득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소유의 노예가 될수록 동물화되어 간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작금의 이 안타까운 현실 앞에 공동책임을 느끼면서, 우리 자신부터 소유의 노예가 되지 말고 사람의 아름다운 존재성을 회복시켜가기 위해 노력해 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조영대 보성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