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독점·소통 부족 …‘일상속 민주화’ 아직 멀었다
2010년 07월 14일(수) 00:00 가가
<제5부> 민주도시 광주
① 광주는 민주도시인가
자문위원 10명이 매긴 민주화 점수
① 광주는 민주도시인가
자문위원 10명이 매긴 민주화 점수
한국의 민주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던져준 ‘5·18 민주화운동’의 진원지인 광주는 민주도시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그것이 일상생활 속에서 체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국립 5·18민주묘지 전경.
민선 5기를 연 강운태 광주시장은 광주를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 구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서의 브랜드를 지니고 있는 광주가 그만큼 국내·국제적으로 알려지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도 밝혔다. 이 시점에서 광주일보는 과연 광주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즉 민주도시인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추상적인 개념의 ‘민주’를 구체적인 현상으로 풀어가는 데 한계는 있지만, 전문가와 시민 등의 의견과 각종 통계수치를 들어 이를 검증해볼 예정이다.
‘민주(民主)도시’는 말 그대로 주민이 주인이 되는 도시를 말한다.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의무를 회피하지 않으며, 그것을 토대로 유지·운영되고 있는 공동체가 곧 민주도시일 것이다. 주민들은 자신의 이익만이 아닌 공동의 가치를 위해 양보·배려하고, 주민들의 다양하고 다원적인 의사가 도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수렴·반영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갖춰져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지만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경우 그것을 인정하고 따르는 미덕도 빠질 수 없다.
일본제국주의와 맞서고, 군부독재정권에 항거하며 ‘광주학생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민주화’의 상징적·역사적 유산을 지니고 있는 광주는 따라서 그 어느 도시보다도 민주도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유산은 광주만이 아닌 국내와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민주화의 모델과 모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랑스런 유산이 광주라는 도시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이번 시리즈를 자문한 지방자치와 정치를 전공하고 있는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명도 민주도시로서의 광주의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으나 과연 광주가 실체적인 민주도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자문에 나선 교수·시민단체 관계자의 ‘민주도시 광주’에 대한 평점은 100점 만점에 50점에서 85점으로 다양했다. 낙제점에 해당하는 50점을 준 오수열(57)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착된 민주당 1당 독재·높은 범죄율과 비정규직 비율·일상적인 삶에서의 비민주적인 시민의식 등을 들어 최저점을 줬다.
그는 “광주가 민주도시임을 누구에게나 인정 받아야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뚜렷이 앞서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내 각종 사안에 있어서 정상적인 논의구조를 거치기 보다 소수에 의해 결정되고,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자신의 행위에만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기준(63)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자체가 어려운 일이며 막연하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 민주성지이며 문화도시인가 의구심이 든다”며 “주민자치·생활자치가 지방자치의 핵심이지만 주민들은 불법주정차·쓰레기 투기 등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시민의 손으로 뽑힌 대표자들은 자리다툼에 연연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매몰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출신인 지병근(41)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민주도시라는 위상에 걸맞게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며 폐쇄적이고 주변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각 65점과 70점을 매겼다.
윤장현(61)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역시 간신히 낙제를 면하는 60점이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권위주의와 군부독재에 맞선 광주가 없었다면 민주화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한 지향성과 방향성을 갖고 광주는 지금쯤 민주·인권·평화의 모델이 돼 있어야 하지만 여전히 행정과 시민의 관계는 ‘갑’과 ‘을’이며 생활 속의 작은 민주주의 운동이나 외국인·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역 내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고, ‘자기 검열’ 없이 모든 것이 이야기되는 것이 민주도시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75점에서 85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준 교수·시민단체 관계자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앞서 언급한 다른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광주학생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의 주체였던 광주시민들의 내적 동력을 인정하고, 그 상징성과 역사성을 언제든 일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85점을 준 신원형(59)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독재정권에 저항한 광주는 민주도시임이 틀림없다”며 “다만 지방자치 15년 동안 지방자치의 모범사례가 없으며, 제도는 갖춰져 있으나 절차적 정당성 미흡, 공인으로서의 시민 의식 부족 등은 문제다”고 평가했다.
임두택(58)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참여는 과거에 비해 늘었으나 광주시 등 행정기관들이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의 의견이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되는 지를 알려야 한다”고 말하며 80점을 매겼다.
김기곤(45)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민주도시로서 그 내용을 채우지 못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민주화가 퇴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광주가 그 대안과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훈오(44) 광주YMCA 서구문화센터 관장은 “광주가 민주도시임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으며, 그 가치와 소산은 분명히 지니고 있다”며 “시민의 주체성을 키우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민주도시, 문화예술의 도시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 모두 민주도시 광주에 80점의 평가를 내렸다.
김성기(64)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참여의식 부족을 지적하며 “시민들이 무임승차 의식을 버리고 행정도 설득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며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효과가 아닌 50년, 100년 앞을 보고 광주만의 계획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5점을 매겼다.
유일하게 점수를 매길 수 없다고 밝힌 오재일(58)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광주는 아직 민주도시라고 할 수 없으며 정치·경제·사회적 민주성이 미흡하다”며 “물론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실체적인 민주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시리즈 자문에 나선 10명의 의견을 종합하면, 광주는 민주도시로서의 잠재력은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시민의 의견수렴 장치 미비 ▲시민의식의 결여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있어서의 민주성 미흡 등이 ‘민주도시 광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
자문에 나선 교수·시민단체 관계자의 ‘민주도시 광주’에 대한 평점은 100점 만점에 50점에서 85점으로 다양했다. 낙제점에 해당하는 50점을 준 오수열(57)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착된 민주당 1당 독재·높은 범죄율과 비정규직 비율·일상적인 삶에서의 비민주적인 시민의식 등을 들어 최저점을 줬다.
그는 “광주가 민주도시임을 누구에게나 인정 받아야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뚜렷이 앞서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내 각종 사안에 있어서 정상적인 논의구조를 거치기 보다 소수에 의해 결정되고,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자신의 행위에만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기준(63)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자체가 어려운 일이며 막연하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 민주성지이며 문화도시인가 의구심이 든다”며 “주민자치·생활자치가 지방자치의 핵심이지만 주민들은 불법주정차·쓰레기 투기 등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시민의 손으로 뽑힌 대표자들은 자리다툼에 연연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매몰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출신인 지병근(41)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민주도시라는 위상에 걸맞게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며 폐쇄적이고 주변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각 65점과 70점을 매겼다.
윤장현(61)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역시 간신히 낙제를 면하는 60점이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권위주의와 군부독재에 맞선 광주가 없었다면 민주화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한 지향성과 방향성을 갖고 광주는 지금쯤 민주·인권·평화의 모델이 돼 있어야 하지만 여전히 행정과 시민의 관계는 ‘갑’과 ‘을’이며 생활 속의 작은 민주주의 운동이나 외국인·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역 내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고, ‘자기 검열’ 없이 모든 것이 이야기되는 것이 민주도시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75점에서 85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준 교수·시민단체 관계자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앞서 언급한 다른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광주학생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의 주체였던 광주시민들의 내적 동력을 인정하고, 그 상징성과 역사성을 언제든 일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85점을 준 신원형(59)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독재정권에 저항한 광주는 민주도시임이 틀림없다”며 “다만 지방자치 15년 동안 지방자치의 모범사례가 없으며, 제도는 갖춰져 있으나 절차적 정당성 미흡, 공인으로서의 시민 의식 부족 등은 문제다”고 평가했다.
임두택(58)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참여는 과거에 비해 늘었으나 광주시 등 행정기관들이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의 의견이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되는 지를 알려야 한다”고 말하며 80점을 매겼다.
김기곤(45)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민주도시로서 그 내용을 채우지 못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민주화가 퇴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광주가 그 대안과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훈오(44) 광주YMCA 서구문화센터 관장은 “광주가 민주도시임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으며, 그 가치와 소산은 분명히 지니고 있다”며 “시민의 주체성을 키우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민주도시, 문화예술의 도시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 모두 민주도시 광주에 80점의 평가를 내렸다.
김성기(64)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참여의식 부족을 지적하며 “시민들이 무임승차 의식을 버리고 행정도 설득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며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효과가 아닌 50년, 100년 앞을 보고 광주만의 계획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5점을 매겼다.
유일하게 점수를 매길 수 없다고 밝힌 오재일(58)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광주는 아직 민주도시라고 할 수 없으며 정치·경제·사회적 민주성이 미흡하다”며 “물론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실체적인 민주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시리즈 자문에 나선 10명의 의견을 종합하면, 광주는 민주도시로서의 잠재력은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시민의 의견수렴 장치 미비 ▲시민의식의 결여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있어서의 민주성 미흡 등이 ‘민주도시 광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