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은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겨우 기운을 차리고 다시금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여러 개혁안을 내세운 바 있다.

개혁안이 발표될 때 우리 검사들도 전국 검사화상회의를 통해 총장께서 전하는 개혁안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 필자의 주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수사권·기소권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립니다’라는 문구였다. 사실 그러한 ‘극약처방’은 어느 정도 예상되긴 하였지만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 그 문구는 다소 어색했었다.

필자는 지난 2월 전 임지인 포항지청 근무 당시 포항지청과 한동대 로스쿨의 학술대회에서 ‘형사사법제도에서 민주적 개입의 한계’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논문의 주제는 형사사법영역에서 국민들의 직접 개입은 자제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주제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축구경기에서 관중(국민)들은 선수(형사사법 운용자)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선수들은 그 응원을 바탕으로 열심히 경기를 진행해야지, 관중들이 경기장에 난입하여 그들이 직접 축구를 하려고 한다면 그 경기는 완전 실패다”라는 비유를 들었었다.

물론 필자의 비유가 학술대회에 참가한 교수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형사사법에서 민주성 확보라는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임을 주지시켰다.

그렇지만, ‘무림’에는 항상 더 뛰어난 ‘고수’가 있게 마련이었다. 반대 토론으로 나선 모 교수께서는 필자가 만들어낸 위 비유에 내용을 더 첨가하여 필자의 주제의식을 공격한 것이다.

교수님은 형사사법에서 민주적 개입이 필요함을 주장하면서 “요즘 프리미어리그나 프리메라리그를 보면 축구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가 되고, 축구가 관중들과 선수들 간의 어우러진 스포츠가 아니라, 선수들에게만 관심이 부각되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것 같다. 즉, 관중들이 ‘소외’된 경기가 과연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감탄할 정도로 ‘참신한’ 비유를 들었던 것이다. 필자는 그 반대토론을 들으면서 무엇인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잠시 동안 멍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하튼 그러한 주제의식에 천착한 필자에게 있어 ‘수사권·기소권을 돌려드립니다’라는 문구는 어색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형사사법에서 그 운용자만 ‘그들만의 리그’처럼 독점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한다는 입장은 낡고도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지만, 반대로 국민이 형사사법의 권한을 직접 행사한다는 것도 헌법상 법치주의의 원리, 대의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결국, 위 양극단적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평가되는 수준에서 법치주의 원리와 민주주의 원리가 지혜롭게 배합되어야 할 것인데, 우리 검찰이 이제 스스로 만든 시험대 위에 서게 된 것이다.

형사사법을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가 어떻든 새롭게 시작되는 실험적 접근에 이의를 제기하고 따지기보다는 위 실험이 성공하도록 일을 도모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 국민들도 이러한 새로운 제도들이 자신들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많은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박기태 광주지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