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염이나 심한 충치로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임플란트를 생각하게 된다. 임플란트 시술의 경우 잇몸 뼈에 치아 뿌리의 역할을 하는 임플란트를 심는 방법이기 때문에 잇몸 뼈가 충분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시술이 어렵다. 따라서 잇몸 뼈 이식을 하고 몇 개월을 기다린 후, 임플란트를 심거나 식립 후에도 재차 뼈 이식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몇 달 전 조선대 치과병원에 임플란트 식립을 위해 내원한 정모씨는 잇몸 뼈가 부족해 골이식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자신의 치아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치아로도 골이식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

정씨는 며칠 뒤 딸과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고, 정씨의 딸은 2개의 사랑니를 뽑았다. 이렇게 발치 된 사랑니는 가공 처리 과정을 거쳐 골이식재로 만들어졌고, 정씨의 임플란트 수술시 잇몸 뼈가 부족한 주변 공간에 이식됐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정씨의 임플란트 시술은 성공적으로 이뤄다.

그동안 사용하던 뼈이식 재료의 종류에는 자가골(자신의 뼈), 동종골(가공된 타인의 뼈), 이종골(가공된 소, 돼지의 뼈) 및 합성골이 있다. 이 중에 우수한 재료로 꼽히는 것이 자가골로, 이는 동종골이나 이종골보다 유전적·전염적 위험에서 안전하고 치유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가 치아의 경우 가공 과정에서 치아에 함유된 유기질인 콜라겐을 보존시키기 때문에, 이식되는 잇몸 뼈와 동일한 골기질을 갖게 돼 다른 골이식재 보다 임플란트의 기능과 수명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가골은 바로 이식한 자가골의 흡수가 다른 이식골에 비해 빠르고, 뼈를 채취하기 위해 턱이나 엉덩이뼈 등 다른 부위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어려운 점이 있다.

반면 자가(본인)치아 뼈이식재는 자가골이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빠른 골흡수가 발생하지 않고, 뼈채취의 필요성이 없어 최근 이상적인 골이식재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는 15년 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왔고, 본인과 서울대병원 치과 김영균 교수 공동연구팀은 환자에서 발치 된 치아를 가공해 임플란트 시술에 사용하는 골이식재를 만들어 임상에 적용하는데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2008년부터는 자녀의 치아를 부모의 임플란트 시술용 재료로 사용하거나 형제 등 가족 사이의 치아를 사용하는 ‘가족치아 이식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이미 국내에서만 1만여 건이 시행됐다.

가족치아 이식술의 보편화와 전문화를 위해 조선대학교는 국내 최초로 가족치아뼈은행을 설립 및 운영하고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치아까지 임플란트 시술에 이용이 가능해진 만큼 이젠 발치한 치아를 땅에 묻거나 함부로 버리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교정을 목적으로 뽑은 치아나 유치, 사랑니 등 가족치아뼈은행에 보관하면 필요시 골이식재로 만들어 임플란트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대 치과병원은 가족치아 뼈이식 환자에 한해서 검사비와 치아 가공 처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본인 치아는 물론 가족의 치아를 잘 보관하는 것이 미래에 자신의 치아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습관이 됐다.

/김수관 조선대치의학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