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1996년 이후 13년여 만에 사형제도에 대하여 다시 ‘합헌’ 결정을 하였다. 필자는 이번 결정의 본안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당해사건의 국선변호인 자격으로 선정되어 이번 헌법재판에 참여하였다.

사형제 위헌소송에 참여할 것을 처음 권유받은 것은 지난해 3월 말경 광주지방변호사회 노영대 회장님으로부터였다. 당해 사건은 이른바 ‘보성어부살인사건’이었다.

필자는 처음 이 사건에 대한 국선변호인 제안을 받았을 때 참여를 거절하였다. 그 이유는, 첫째로 필자는 살인사건 변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기준을 오랫동안 지켜왔고, 둘째로 필자 역시 사형제의 위헌성에 대하여 특별히 강한 소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셋째로 공개변론일과 의견서 제출 마감일까지 남아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 충분한 준비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장인 장병우 부장판사님의 거듭된 참여독려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4월 중순경 국선변호인으로 추가지정받는데 동의하고 말았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 변론에 참여한 1년의 기간 동안 ‘능력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힐 때마다 이 날의 결정을 몇 차례나 후회하였는지 모른다.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되자, 먼저 서울 민변을 통해 평소 사형제 폐지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 변호사님들의 동참을 부탁하였다. 전국의 민변 회원들과 사형폐지운동협의회(사폐협) 소속 변호사님들께 이번 헌법재판에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하였고 그 결과 16명으로 구성된 공동대리인단을 구성할 수 있었다.

1989년 사폐협 초대회장을 맡은 이래 20여 년간 수십 차례 사형수 변론을 해오신 이상혁 변호사님을 비롯한 공동대리인들은 역할을 분담하였다. 김형태 변호사님은 신부님과 수녀님 등의 참여와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인권기구들이 헌법재판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는 책임을 맡아주셨다.

필자는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의견서와 보충의견서 등 서류 작성 작업과 구두변론참여를 맡았다. 또 필자와 동아대의 허일태 교수님은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들의 위헌결정문, 국제기구의 연구논문 등을 번역하여 제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다른 나라 헌법재판소 결정문은 마치 철학에세이를 보는 느낌인 반면, 우리 헌재 결정문은 헌법과 하위법률 등 실정법에 대한 문언적 해석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었다.

2008년 말 기준으로 사형제도가 존치하는 국가는 105개국, 폐지된 국가는 92개국이다. 사형제 존치국가 중 전쟁범죄를 제외한 일반범죄에 대하여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가 ‘10개국’, 최근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폐지국’으로 분류된 국가가 한국을 포함하여 ‘36개국’이다. 일반범죄에 대해서도 사형제도를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집행하고 있는 나라는 59개국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이 위 ‘36개국’ 중 하나에서 최소한 위 ‘10개국’으로 나아가길 희망하였으나, 그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1996년 결정이 7대 2의 합헌결정이었던 반면, 이번 결정은 5대 4의 합헌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다소간 진전이 있었다.

사형제 폐지가 국제적 추세임을 알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인간의 존엄성, 생명, 가치의 충돌, 국가의 한계 등 법의 기반이 되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을 얻을 수 있었다.

/이상갑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