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전 지구적으로 매일 100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학교문제, 가정문제, 경제문제, 사회문제, 그 문제가 원인이 되어 인위적으로 자기 삶을 종식하는 것이다.

라틴어 sui(자기 자신을)와 cædo(죽이다)의 합성어를 어원으로 하는 자살(Suicide)의 정의는 너무도 간단해 아이러니할 정도이다. 이 아이러니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전 광주·전남의 청소년 자살률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세계 2위의 교육열과 달리 꼴찌를 달리는 행복순위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권 중 하나인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눈부시게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성을 너무 쉽게 상실해버리기도 했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정성을 고민하는 대신 경쟁과 승리의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급기야는 삶을 도구화시켜버렸다. 삶의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경제대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의 행복지수는 대부분 100위권 이하인데 비해,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경제 후진국이 행복지수의 수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행복과 불행의 주된 원인이 외적인 것이 아님을 반증한다.

자신의 생을 인위적으로 포기하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은 자신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고 그 길 밖에는 그 어떤 돌파구도 없다는 절망의 생각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 좋은 일이 언제나 좋은 일로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어려운 일이 찾아왔다 하여 그 또한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인생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모든 일은 음양 상승으로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암담함과 질곡에 압도당하여 스스로가 삶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일시적 충동 때문에 소중한 삶을 포기하는 것은 최고 수준의 자기모독이다.

원불교에서는 몸으로 짓는 가장 큰 죄업을 살생으로 보는데, 그 중에도 자신을 죽이는 선택은 참된 나를 알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로 여긴다. 정산종사는 ‘우리 몸은 사은(四恩)의 공물(公物)’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처럼 ‘나’는 개인이 아니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존재들은 천지·부모·동포·법률의 합작품이다. ‘나’는 우주 대자연과 연결되어 있는 은혜의 소산이다. 이러한 은혜를 받는 삶은 연속적인 결과물이다.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일 년이 되고, 일 년이 모여 십 년이 되고, 나아가 한평생이 된다. 자살은 이러한 연속과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삶의 인위적인 종식이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과정을 거스르는 것은 희망을 끊어버리는 행위이다.

그 무덥던 여름도 지나갔다. 조석의 시원한 바람에 잠시 눈을 감고 은혜의 공기를 들여 마셔보자. 어떤 누구도 우주와 독립되어 있거나 대립하는 개체가 아니다. 때론 하찮고 별 볼 일 없는 것 같은 ‘나’를 위해 전 우주가 협력을 다하고 있음을 자각하자.

/이덕윤 광주교당 주임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