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풍에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피해가 이곳저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비가 그렇게 많이 오면 당연히 4대강 사업에도 적지 않게 피해가 생겼을 것인데 신문지상에서나 TV 어느 채널에서도 4대강 사업의 비 피해, 태풍 피해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가 없다.

현 정부의 언론장악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두세 개의 언론을 제외하고는 현 정부로부터 얼마나 철저히 장악을 당하고 있는지, 그 중요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언론매체들을 보면서 섬짓함마저 느낀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정의와 진리의 세상을 지켜나가기 위해 불의를 감시 고발하고 국민에게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할 수 있도록 바른 정보를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순기능적 사명이거늘, 오늘날 언론은 안타깝게도 현 정부의 시녀로 전락해버렸고,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보도매체가 아니라 국민의 올바로 알 권리를 도외시하는 역기능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인터넷을 통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에 대한 비판의 소리들을 접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터넷보다는 TV나 신문을 보면서 거기서 나오는 잘못된 정보들에 호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운하든 아니든 - 대운하사업인 줄 우리는 알고 있다! - 32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을 국민적 합의도 없이, 그리고 그토록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의 결정만으로 꿋꿋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이라는 골리앗 앞에 천막농성과 크레인 위에서 항의농성을 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에 가슴이 저며 온다.

현 정부는 국민을 바보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독일 환경전문가 알베르트 라이프 교수가,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보를 막고 수문을 만들어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강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4대강 사업에 ‘복원’이나 ‘살리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선동 행위라 불러 마땅하다”고 비판했듯이, 한 개인의 잘못된 판단과 신념 때문에 이 나라 이 땅의 생태계가 저토록 파괴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4대강 사업이 강의 생태계를 살리고 나라의 번영을 가져다준다며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을 살리고 물 부족과 홍수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후손들에게 아름답고 건강한 강을 물려준다고 한다. 하도(河渡) 수심 6m를 고수하면서 대운하사업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문지상과 TV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고려 말의 대표적인 선비인 목은 이색(牧隱 李穡)은 제자가 글을 쓰는 법을 묻자 다음과 같이 아주 짧게 답했다.

“반드시 말할 것은 반드시 말하고, 반드시 쓸 것은 반드시 쓸 것이다. 이뿐이다.”(必言必言 必用必用 止矣)

글을 씀에 있어 필언필언(必言必言)이 근본이라면 언론을 펴는 데도 금과(金科)로 삼을 만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선비는 목에 칼을 들이대도 할 말은 해야 한다 했듯이 언론 역시 어떤 압제에도 불구하고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언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조영대 보성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