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주부 박씨는 6개월 전부터 아침에 손이 붓고 아팠다. 곧 나아지려니 하고 소염제만 먹고 지내다가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받았다. 하지만, 진단 후에도 관절약이 부작용이 많다는 주위의 말만 믿고 수개월간 치료를 미루다 최근 손목뼈가 많이 손상되고 굳어졌다는 말에 후회가 막심하다.

흔히 관절염 하면 골관절염을 떠올린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인지도가 낮은 것도 이유이지만 골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이 모두 대표적 여성질환인데다 뼈마디가 욱신거리고 관절이 붓고 뻣뻣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관절염은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골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심해져 퇴행성 관절염이라고도 한다. 주로 무릎, 엉덩이 등 체중을 지탱하는 큰 관절에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달리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인 활막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자가면역 질환이란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의 공격에 반응해야 하는 면역계가 오히려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손가락, 손목, 발목 등 작은 관절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관절이 있는 곳은 어디든 발현한다. 관절뿐 아니라 폐, 신경, 눈 등 전신을 침범할 수 있다. 관절 외 다른 부위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골관절염과 달리 류마티스 관절염은 발열, 체중감소, 피로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무서운 이유는 병의 빠른 진행 속도와 합병증 때문이다. 일단 발병하면 급속도로 관절의 변형과 파괴가 시작된다. 1∼3년 이내에 관절 연골 및 조직이 파괴되고 관절 주위의 뼈까지 손상돼 최악의 경우 영구적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관절 활막에 생긴 염증은 관절을 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맥경화, 골다공증 등의 합병증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몇 번의 치료 또는 복용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치시킬 수 있는 약물은 없다. 하지만, 가능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약물 및 운동 요법으로 꾸준히 관리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고 적은 수 이지만 완치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기본적인 생활 교정, 운동 요법과 함께 약물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주로 쓰이는 약물은 항류마티스 제제,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다.

먹는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는 통증과 염증을 빠르게 감소시켜 널리 사용되나 장기 복용 시 속쓰림, 위출혈 등 위장관 부작용과 함께 고혈압·백내장·신장기능 이상·골다공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소염진통제 복용은 최소한으로 하고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항류마티스 제제를 가능한 빨리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 등 최신 치료제들이 개발돼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생에 관여하는 염증성 물질들을 차단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키고 병의 진행 자체를 억제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더욱이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치료 결과가 더욱 좋고 합병증도 거의 없다, 전문의의 상담 하에 효과적인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운동 등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완치에 가까워질 수 있는 큰 첫걸음이다.

/김현숙 조선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