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뻐꾸기시계가 유행하던 시절, 우리 집에는 이 시계가 없다는 걸 알고 어느 교인이 뻐꾸기시계를 사다가 벽에다 걸어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시간만 되면 문을 열고 나온 뻐꾸기가 뻐꾹 뻐꾹 소리를 내는데 영락없이 고향에서 너무나 자주 듣던 소리였습니다. 뻐꾸기 소리를 들을 때 고향에서의 정취에 포근히 안기는 것 같아서 좋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추석을 맞고 보니 더욱 고향소리가 그리워집니다. 지금 60대 이후의 나이에 접어든 사람들은 대부분이 시골에 고향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산에 올라 진달래 꽃 따서 입에 물고 뛰어다니며 개울에서 가재를 잡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귓전을 맴돌고 있는 고향의 소리가 있습니다. 뻐꾸기의 소리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밤이나 낮이나 도심에서 사는 오늘 우리들의 귓전에는 자동차의 경적소리나 도시 소음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며 살아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은 예민해지고 구겨져 있습니다.

소음공해에 하루 종일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인조 뻐꾸기의 소리라도 듣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고향의 마음을 찾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잃어버린 사람들, 인간의 고향에서 멀리 떠나온 사람들. 이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에서 고향의 소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고향의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안아 줍니다. 우리 정서의 고향의 소리를 들으면서 악한 일을 계획할 수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고향은 우리 착한 뼈를 자라게 해준 온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고향을 떠나온 나그네들입니다. 잠시 머물다가 떠날 사람들입니다.

노천명의 시 한 수가 생각납니다.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라. 목화 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고향으로.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메밀꽃이 하아얗게 피는 곳.”

시인의 노래처럼 고향은 우리들의 삶과 죽음을 포함하는 곳입니다.

6·25 동란을 만나서 고향을 떠난 어떤 사람이 부른 망향가는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렇게도 그리워하는 고향이지만 10년이면 고향산천도 변하고 넉넉히 잡아서 100년이 지나면 나와는 상관도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면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히브리서는 “이제는 더 나은 고향을 사모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이 땅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뭇 별이 조용한 저 건너, 영광의 빛이 찬란한 곳, 희락이 충만한 하늘의 집이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인류의 영원한 고향인 것입니다. 거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은 평화를 얻습니다.

“광야에 찬바람 불더라도 앞으로 남은 길 멀지 않네 산 넘어 눈보라 재우쳐 불어도 돌아갈 내 고향 하늘나라” 엄마의 자장가가 아기의 신경을 잠재우듯이 성도들이 부른 고향의 노래는 찬바람 부는 세상을 이기며 살아갈 용기를 주며 희망을 세워 줍니다. 그리고 거친 영혼을 쓰다듬어 줍니다.

/송정용 광주 산성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