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로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다양한 분쟁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검사실에 들어올 때는 굳은 표정으로 평생 보지 않을 것 같던 사람들이 서로 악수를 하고 웃는 표정으로 검사실을 나갈 때는 필자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반면, 분쟁 당사자들이 갈등의 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서로 간에 치유할 수 없는 증오만을 남긴 채 검사실을 나갈 때면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범죄자에 대하여 어떠한 처우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담론의 역사를 보면 범죄자에 대한 응보에 중점을 두는 사법모델과 범죄자에 대한 교육과 재활에 중점을 두는 복지모델의 대립이 있었다.

그러나 범죄 피해자에 대한 처우를 배제하고 범죄자에 대한 처우에만 중점을 두는 이념적 모델로는 범죄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이 되기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고려에서 최근에는 회복적 사법모델이 그 대안으로 등장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회복적 사법모델이란 단순히 범죄자를 처벌하는데 그치지 않고 범죄로 인하여 손상된 범죄자와 범죄 피해자 간의 관계를 회복하여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을 추구하는 형사사법 이념이다.

최근 검찰은 이러한 회복적 사법 이념의 실현으로서 형사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형사조정제도란 중립적 위치에 있는 제3자가 형사사건의 당사자인 피의자와, 고소인 또는 피해자를 중재하고 쌍방의 주장을 절충하여 화해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제도이다.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형사고소의 목적이 처벌보다는 피해 변제에 있기 때문에 형사실무에서 이루어지는 중재와 조정은 궁극적으로는 당사자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검사나 법관에 의한 조정은 당사자에 대한 처분결정권자에 의한 조정으로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울 수 있고, 조정결과가 왜곡될 수 있으므로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에 의한 조정이 필요성이 대두되는데 이것이 바로 형사조정제도이다.

검찰에서 지난 2007년 형사조정제도를 시행한 이래 첫 해에는 전국적으로 7962건이 의뢰되어 51%의 조정이 성립되었고, 2008년에는 1만1496건이 의뢰되어 51.6%의 조정이 성립되었다. 또 2009년에는 1만6201건이 의뢰되어 52.2%의 조정이 성립되는 등 점차 의뢰건수 및 조정성립률이 증가하고 국민적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현재 광주지검은 법조계, 경제계, 의료계, 시민사회대표 등 지역의 각계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89명을 위원으로 위촉하여 매회 조정기일마다 3명의 조정위원이 형사조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검찰에 고소장이 접수되거나 경찰에서 송치된 형사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는 누구든지 광주지검에 형사조정 신청을 할 수 있고, 양 당사자가 형사조정에 동의하면 조정기일이 열리게 된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서 조정성립률이 절반 정도에 머무르고 있지만, 조정위원들이 분쟁 당사자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주고, 분쟁 당사자들도 “가장 좋은 판결보다 가장 나쁜 화해가 항상 더 낫다”는 법언을 생각하며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조정에 참여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으로 본다.

오늘도 필자는 두 손을 서로 움켜잡고 환하게 웃으며 검사실을 나가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우리 사회가 갈등에서 통합으로 보다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수환 광주지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