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서 개업한 지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오후, 고향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친구는 개업을 축하한다면서, ‘비접촉성 뺑소니’를 들어봤느냐고 물었다.

사연인즉, 직장 후배가 차를 운전하면서,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끼어들기를 했는데, 2차선의 후행 운전자인 임산부가 ‘당신 때문에 급정거를 해서 놀랬다’면서 갖은 욕을 하고, 후배 차량의 앞을 두어 차례 막는 등 화풀이성 운전을 한 다음 갔다는 것이다.

후배는 ‘참 어이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몇 시간 후 경찰서에서 ‘뺑소니 신고가 들어왔으니 조사를 받으라’고 하여 출두했더니, 임산부가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고, 경찰이 조사를 불리하게 해서, 뺑소니로 운전면허가 취소될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필자도 차를 운전하다 보면, 다른 운전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운전 스타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운전자들을 종종 보곤 한다. 위 친구 후배의 경우, 본인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운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뒷차량 운전자는 난폭운전으로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뺑소니로 신고한 것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일이라는 것이 꼬이면 그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며, 유죄 판결에 따라 운전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이전에 필자가 변론한 사건도 ‘비접촉성 교통사고’였던 것 같다.

피고인은 대학생이었는데, 오토바이로 피자 배달을 하는 중에, 사거리에서 좌측도로에서 내려오는 자전거와 가까스로 충돌을 피하였는데, 자전거에 탔던 한 학생이 다치게 되었다.

피고인이 배달에 신경이 쓰여, 현장에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터라, 피해 학생의 부모가 뺑소니로 신고했다. 결국, 피고인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자 항소를 했다.

필자는 항소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고 장소를 그린 약도, 사고 현장을 4면에서 찍은 사진 등을 새로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관련 판례에 따르면 당해 사고현장은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않은 교차로이므로, 폭이 넓은 방향의 도로에서 진행해왔고, 통행의 우선순위가 있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

또 피해자가 자전거 핸들에 양팔을 걸치고 탑승한 점,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접촉사고가 없었던 점, 당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넘어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피해자의 위험한 자전거 탑승에 의해 발생한 것이지, 이를 피고인의 행위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변소했다.

다행히, 항소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어서 필자 나름 변호인으로서 역할을 다했다는 보람이 있었다.

친구 후배의 경우에도, 자신의 끼어들기에 과실이 없으며,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뒷차량 운전자의 상해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든지, 뺑소니의 상해로는 볼 수 없다는 논지로 무죄 변론을 예상해 본다.

필자가 맡았던 사건이나 친구 후배 사건의 경우, 차를 운전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사건인 것 같다. 교통사고 관련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는데, 억울하게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의 불이익까지 받는 일이 없도록,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 사례들이었다.

/김심원 광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