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집 근처 극장을 찾아 일본 만화영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공동설립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마루 밑 아리에티’라는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는 일본의 어느 한적한 교외의 저택 마루 밑에서 그들 만의 아담한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그러나 언젠가 인간에게 그들의 존재를 들켜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소인족(小人族) 가족에 대한 얘기였다.

영화는 병환 치료차 그 저택으로 이사 온 저택 주인 할머니의 외손자 ‘쇼우’가 소인족 가족의 똑똑하고 당찬 외동딸 ‘아리에티’를 발견하고 서로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이를 엿본 저택의 가정부가 소인족 가족을 찾아 저택에서 쫓아내려 하면서 나타나는 긴장과 갈등을 섬세한 연출력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특히 그 도입부에서는 뛰어난 상상력으로 소인족의 눈에 비친 우리 인간의 저택이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 왔던 것과 얼마나 다른 모습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소수자에 대한 존중’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저택 마루 밑에서 그들의 존재조차 숨겨가며 생활하고 있는 소인족은 분명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잊혀진 소수자를, 자신의 행동이 아리에티 가족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아리에티 가족을 쫓아내려고 한 저택 가정부는 이른바 다수의 횡포를 부리는 일부 집단을, 쇼우는 소수자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다하는 건전한 다수의 모습을 각각 대변하고 있었다.

헌법과 법률은 국민의 의사를 모아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헌법 제101조, 제104조는 헌법과 법률의 해석을 담당하는 법관을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으로 정하고 있다.

그 뜻은 헌법, 법률의 해석 업무는 반드시 다수결의 원리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만은 없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양보를 강요할 수 없는 가치를 보호하는 임무를 법관에게 맡긴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법관은 재판 업무를 담당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의 입장에서 한번쯤 더 생각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법원에서 법인 및 개인 채무자의 회생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해관계인 집회를 자주 개최하게 된다.

채무자가 작성한 회생계획안에 대하여 수많은 이해관계인들이 참석하여 찬반 의사를 밝히는 집회인데, 회생계획안의 가결 여부는 결국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아리에티의 눈에 비친 인간의 저택이 우리의 평소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던 것처럼 소수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다수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진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회생계획안을 검토하고, 이해관계인 집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수 이해관계인들의 입장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해보고 그들을 진심으로 위로함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가라앉히려는 노력을 다하였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영화였지만, 우리 사회의 마루 밑 아리에티에 대하여, 그리고 법관으로서의 자세에 대하여 생각해 볼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강효인 광주지방법원 판사